울산에 완패한 페락의 라커룸에 한글로 "행운을 빕니다"

입력 2019-02-20 08:33  

울산에 완패한 페락의 라커룸에 한글로 "행운을 빕니다"




(울산=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대패한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상대의 행운을 비는 마음만 남아 있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페락 FA(말레이시아)의 단판 승부가 펼쳐졌던 19일 울산 문수경기장.
울산은 전반에 상대 자책골로 한 골을 얻는 데 그쳤지만 후반 들어 믹스 디스커루드(2골), 이동경, 주니오의 연속골이 터져 경기 종료 직전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페락을 5-1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본선에 올라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지만 페락은 일찌감치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슈퍼리그 2위 팀 페락은 1969년과 1971년에 아시아 클럽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적은 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출범 이후 이 대회에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상대적으로 한 수 아래라는 평가에 오후까지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페락 선수들은 몇 차례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겅격을 보이며 열심히 뛰었다.


몬테네그로에서 태어나 호주 국가대표 수비수로 뛰었던 메메트 두라코비치 페락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 출전 자체만으로도 우리로서는 새로운 역사이고 큰 도전이었다"면서 "전반에 자책골로 끌려갔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후반전 점수 차는 있었지만 실력 차를 고려하면 우리도 잘 싸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페락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품격을 보여줬다.
그들이 떠난 라커룸의 화이트보드에는 "Thank you and Good Luck'(고맙습니다,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이라는 영문과 함께 '행운을 빕니다'라는 한글 문구가 쓰여 있었다.
홈팀이자 승자 울산에 전하는 페락 선수단의 메시지였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한글을 아는 아시아축구연맹 직원의 도움을 받았거나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았을까"라고 짐작했다.
이뿐이 아니다. 페락 선수들은 라커룸도 스스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돌아갔다.
울산은 이 같은 훈훈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팬들과 공유했다.
승패는 5-1이라는 점수로 갈렸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페락의 모습도 박수받을 만했다.
hosu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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