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산 한 전통시장 직원 둔 점포 2년새 50곳→5곳

입력 2019-02-21 07:03  

[르포] 부산 한 전통시장 직원 둔 점포 2년새 50곳→5곳
아예 문 닫고 관리비만 물고 있는 점포도 수두룩
자영업 위기 현실화에 '나 홀로 사장님' 증가세
통계청, 부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1년새 1만6천명↑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함께 일하던 직원 내보낸 건 명함도 못 내밉니다. 아예 점포를 비워둔 채 울며 겨자 먹기로 관리비만 물고 있는 사장님들도 많습니다."
부산 한 전통시장에서 30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지난해 중순 4년여를 함께 일했던 종업원을 결국 내보냈다.
지난해 초부터 최저임금이 예상보다 많이 오른 데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고객마저 뚝 끊겨 온종일 가게 문만 열어놓는 경우가 다반사다.
김 사장은 "IMF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라며 "국가 부도 사태라고 걱정하던 그때도 서민 경제나 소매 경기는 돌아갔지만, 요즘은 아예 경기가 얼어붙어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사장 가게가 있는 이 시장 2층에는 모두 220여 개 점포가 있다.
2016년만 해도 도매 거래를 주로 하는 점포 등 50여 곳에서 직원을 두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직원을 둔 점포가 5곳으로 줄었다.
물건을 치워두고 사실상 영업을 하지 않는 빈 점포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다른 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시장 다른 층에 점포를 가진 이모 씨는 2년째 세입자를 구하고 있지만, 작년부터는 아예 문의조차 없어 전기료 등 관리비만 물고 있다.

자영업 위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임금 일자리가 줄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청년은 물론 중장년까지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1일 동남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산지역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월 31만명에서 올해 1월 31만8천명으로 1년 사이 8천명이 증가했다.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은 지난해 1월 20만6천명에서 올해 1월 22만2천명으로 1만6천명이나 늘었다.
고용원을 두고 있던 자영업자가 불황 여파로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 창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던 대형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등도 직원 수를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
실제로 부산지역 취업자 가운데 도소매숙박음식업 종사자는 지난해 1월 41만명에서 1년만인 올해 1월에는 36만명으로 5만명이나 줄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난해 부산지역 신설법인 동향을 보더라도 진입 장벽이 낮고 소규모 창업이 가능한 유통업 비중만 늘었고, 그나마도 자본금 5천만원 미만 영세 창업이 전체의 72%나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적 요인에 더해 인구감소와 1인 가구 증가, 인터넷 쇼핑 확산 등 사회적 요인도 자영업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josep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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