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실질부담 역진적…종부세 강화로 분배개선 어렵다"

입력 2019-02-21 06:35   수정 2019-02-21 09:11

"보유세 실질부담 역진적…종부세 강화로 분배개선 어렵다"
주택 갖고 있지만 은퇴해 소득 없는 고령 가구 많기 때문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정부가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 형평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과세를 대폭 강화했지만 소득 분배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퇴해 소득이 없는 고령자 가구가 많아 보유세 부담이 오히려 역진적인 성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21일 박명호 홍익대 교수가 작성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의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한 분석' 논문을 보면 보유세가 누진적인 세율구조를 띠고 있어도 소득 대비 실질 보유세 부담은 역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보유세 비중인 평균 실효세율이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낮다는 뜻이다.
논문은 보유세 중 종부세만을 대상으로 세 부담 변화를 분석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율은 올해부터 0.1∼1.2%포인트 올랐다.
아울러 과세표준 3억∼6억원 구간이 신설되면서 주택 3억원 초과 구간에서는 종부세율이 0.2∼0.7%포인트 올랐다.

자가거주 1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를 적용했을 때 소득 하위 10%인 1분위의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은 3.09%로 2분위(1.61%), 3분위(1.2%), 4분위(0.7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5분위부터 10분위까지도 분위가 높아질수록 실효세율은 낮아졌다.
5분위의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은 0.82%로 6분위(0.68%), 7분위(0.62%), 8분위(0.55%), 9분위(0.53%), 10분위(0.42%)로 갈수록 낮아졌다.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나오기 전 종부세를 기준으로 해도 세 부담은 역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10분위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은 종부세 강화 전과 후를 비교해본 결과 차이가 없었다.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과 총소득 간의 상관관계는 강화한 종부세를 적용했을 때 -0.197, 이전 기준으로는 -0.198로 모두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총소득이 오를수록 실효세율은 낮아진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역진적인 성격을 띠는 배경으로 "젊은 시절 저축을 통해 주택을 마련하고 은퇴 후 소득이 별로 없는 고령자 가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가거주 1주택 가구 중 34.2%가, 소득 1분위에 속하는 가구 중 86%가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였다.
소득에 귀속임대료까지 반영한 포괄소득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을 계산한 결과 조세 부담의 역진성은 소폭 개선했지만 여전히 역진적인 성향을 보였다. 귀속임대료란 집주인이 자기 집에 살면서 자신에게 임대료를 지불했다고 보고 이를 추정해 소득에 포함하는 개념이다.
박 교수는 "은퇴 후 소득이 없는 고령자 가구가 많은 만큼, 현행 시스템 아래에선 보유세 부담의 역진성을 피할 수 없다"며 "인구 고령화가 빨라질수록 보유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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