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먼, 트럼프에 부정적 보도하려 자신을 희생양 삼았다 주장
소송액 베이조스의 WP 인수금액과 맞먹어…법적 분쟁 확전 양상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미국 원주민 인권활동가를 조롱하는 듯한 언행으로 논란을 부른 고교생이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2억5천만 달러(약 2천8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州)의 코빙턴 가톨릭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닉 샌드먼은 워싱턴포스트(WP)의 악의적인 보도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19일(현지시간) 소송을 제기했다.
美고교생들 인디언계 참전용사 면전서 "장벽세우라" 모욕 / 연합뉴스 (Yonhapnews)
샌드먼이 제기한 소송액은 세계 최고 부호인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2013년 WP를 인수할 때 지불한 비용과 맞먹는 금액이다.
샌드먼은 켄터키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WP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확대하고자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Make America Great Again'(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있던 자신을 마치 불량배인양 묘사했다는 것이다.
샌드먼은 지난달 18일 낙태 반대 집회와 원주민 인권 옹호 집회가 동시에 벌어진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찍힌 동영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인터넷에 퍼진 3분 40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샌드먼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북을 두드리는 원주민계 네이선 필립스를 꽤 오랫동안 응시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필립스는 미국 내에서 원주민 인권활동가로 명망이 높은 인물이다.
수학 여행차 샌드먼과 함께 워싱턴DC를 찾은 학우들은 두 사람을 둘러싸고 웃고 떠들며 "(국경) 장벽을 건설하라"고 외쳤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 동영상은 SNS를 통해 급속히 옮겨지고 여러 언론에 보도되면서 샌드먼을 포함한 학생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추가로 공개된 1시간 46분 분량의 동영상에선 4∼5명의 히브리계 흑인들이 먼저 원주민들과 백인 학생들을 모욕하는 등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너무 성급하게 학생들을 매도한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됐다.
코빙턴 가톨릭 교구가 사립 조사기관을 고용해 진행한 자체 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지난주 공개된 조사 결과 보고서는 학생들이 히브리계 흑인들로부터 모욕을 당했으며, 필립스를 겨냥해 인종차별이나 불쾌한 언사를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필립스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을 빗대 "장벽을 세우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학생들이 그러한 구호를 외쳤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서는 반박했다.
보고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여러 차례 필립스를 접촉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샌드먼의 변호인은 향후 수주 내에 유사한 내용의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법적 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WP 측은 샌드먼이 제출한 소장 복사본을 확보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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