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팀 10년·일본어 의료통역 이색 경력…영어·일본어 능통
미국서 비행 조종사 취득…"여러분과 잘 어우러지는 해경 될 터"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간호사 출신으로 조종사 면허까지 딴 30대가 해양경찰 최초로 여경 비행 조종사로 특채돼 눈길을 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형경(37) 경위로 오는 22일 전남 여수에 있는 해양경찰교육원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다.
김 경위는 지난해 11월 해경 최초로 여성으로서 항공경위과정(고정익 항공기)에 합격했다.
12월부터 3개월 과정으로 해양경찰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은 김 경위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무안 고정익 항공대에 배치돼 근무하게 된다.
인천 출신인 김 경위는 경인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10여년을 수술팀에서 일했다.
평소 어학에 관심이 많아 일본어는 물론 영어도 능통한 김 경위는 2013년 일본 도쿄로 건너가 1년간 의료통역을 했다.
응급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헬기를 자주 탔던 김 경위는 비행 조종을 배울 결심을 하고 2014년 홀연 단신 미국으로 떠났다.
10년간 모은 돈을 모두 비행학교에 쏟아부은 김 경위는 2년 6개월 만에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김 경위는 "집이 부유한 형편이 아니어서 아끼고 모은 돈을 모두 쏟았는데 한 시간 한 시간이 저에겐 소중했다"며 "미국에서 교육을 마치고 돌아올 때 비행기 티켓조차 살 수 없어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2017년 귀국해 김포공항에서 교관 생활을 잠시 했던 김 경위는 어릴 때부터 꿈꿨던 경찰로 눈을 돌렸다.
내친김에 보트를 운전할 수 있는 동력수상레저 면허도 땄다.
잘 나가던 비행기 조종사에서 "해경이 되겠다"는 김 경위의 선언에 가족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지만, 그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김 경위는 "미국에서 어렵게 공부하고 외국 항공사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좀 더 어려운 환경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결국 해경에 지원했다"며 "5개월간 해경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막상 합격자 발표일 날 너무 떨려서 명단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원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본인이 선택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면 무슨 일이든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경위는 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뒤 부기장으로 해경 비행기를 조종하게 된다.
수색 정찰 임무는 기본이고, 서해안에서 불법으로 고기를 잡는 중국 어선의 채증작업과 해상 사고 구조작업도 맡는다.
김 경위는 "50대가 넘어 경험이 풍성해지면, 글과 그림을 그려 책을 쓰고 싶다"며 "있는 듯 없는 듯 여러분들과 잘 어우러지는 해경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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