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지금까지는 싱가포르와 중국에 항공정비를 맡겼습니다. 해외에 맡기면 턴어라운드(복귀)하는데 시간이 적잖이 소요됐는데 여기서는 2주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21일 자사 여객기를 경남 사천공항과 맞붙어 있는 용당일반산업단지의 한국항공서비스(KAEMS) 정비고에 들인 뒤 제주항공 이석주 사장은 국내 첫 민간 항공기 정비(MRO) 서비스를 받게 된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길이 39.5m 너비 35.8m의 제주항공 소속 B737 여객기가 정비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항공정비업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이 사장은 첫 정비 입고 기념으로 현장 정비 책임자에 감사 선물을 건넸다.
최근 여객수요 급증으로 약진하고 있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KAEMS의 주주로 참여해 첫 정비 고객이 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동안 LCC를 포함해 국내 대부분의 항공사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항공정비 물량을 해외에 위탁해왔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부품 수 3만∼4만개로 전후방 산업 유발효과가 크다고 하지만 항공기는 설계도면상 부품만 30만개에 달하고 부품 세트간 정비주기가 달라 연관산업 유발효과가 훨씬 더 크다.
여기에 국내외 폭증하는 여객수요 덕분에 향후 20년 내 동북아에서만 MRO가 연 4%씩 성장하면서 1천만명의 고용창출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새로 출범하는 항공정비업에 세제 지원과 정비인력 양성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사천이 이번 MRO 사업을 계기로 항공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1948년 민간항공기를 처음으로 운용하기 시작해 항공역사가 70년이 넘는 세계 7위의 항공운송대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자체 정비능력을 갖춘 대한항공조차 엔진 정비 등 일정 부분은 해외에 위탁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국내 항공정비사업은 일천했다.
이는 MRO 사업이 격납시설과 크레인을 짓는데 기본투자비만 600억원 정도 들어가는데 반해 여객기 대당 정비 매출은 10억∼20억원에 불과해 초기 투자 부담 대비 경제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진입장벽이 상당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KAEMS가 출범하는데 군용기 정비 경험이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자체 정비고 부지를 내어주며 최대주주로 뛰어들고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공항공사도 2대주주로 참가했다.
경남도도 400억원의 도비를 투입해 정비고 신설 등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지난 1953년 10월 국내 최초의 실습기가 시험비행을 한 사천에는 현재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업체인 KAI와 항공 부품사 90여곳이 자리잡고 있다.
사천 인근에는 양질의 정비인력을 공급하는 항공 마이스터고도 있다.
KAI와 바로 인접한 사천공항은 사실상 군공항이고 실제로 공군 제3훈련비행단이 위치해 공사를 졸업하고 갓 소위로 임관한 조종사들이 모는 기본 훈련기 KT-1이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
KAI는 KAEMS를 키우기 위해 용당 야산까지 밀어내 3년내에 대단위 정비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김조원 KAI 사장은 "민수항공 정비에 대한 혁신투자로 일단 2021년에 KAEMS의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