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형 사립유치원의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에듀파인) 의무 적용을 며칠 앞두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이를 거부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러한 집단행동을 유아교육법상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원아 200명 이상의 사립유치원 581곳은 반드시 에듀파인을 사용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상당수가 소속된 한유총은 에듀파인이 사립유치원의 회계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에듀파인이나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처음 학교로'를 사용하지 않는 유치원에 교사기본급보조금 등 재정지원을 끊겠다고 하자 이에 거세게 반발한 데 이어, 폐업하려는 유치원을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에듀파인 도입 시한이 임박하자 이번에는 25일 국회 앞에서 유치원 원장과 교사 등 2만명이 모여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할 경우 행정처분, 감사, 형사고발 등 3단계로 강경하게 조처하겠다고 한다. 집단 휴·폐원 시에는 유아들의 학습권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보고 경찰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조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한유총의 논리는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인데 당국이 에듀파인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재정 상황을 통제,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폐원 시 학부모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사유재산을 처분하는 데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으라는 것으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원장이 사재를 털어 유치원을 설립했다면 이는 사유재산이 맞다. 그러나 유치원은 사유재산인 동시에 교육기관이다. 일반 자영업과는 다르다. 마음대로 문을 열어 운영하면서 회계를 자신들 편할 대로 하고, 여의치 않으면 팔아 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게다가 사립유치원 모두가 에듀파인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한유총에서 분리해 나온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는 에듀파인 참여를 공식화했다. 법인이 운영하는 유치원들이 주로 가입된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도 참여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유총만 계속해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유총은 집단 휴·폐원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만일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집단 휴· 폐원을 한다면 이는 유아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
정부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에듀파인은 사립유치원에 맞게 일부 기능을 개선했으나 여전히 불편 사항이 많다. 각각의 유치원이 처한 현실적인 상황이 다른데 이에 대해 고려가 부족하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세세한 부분까지 조정해 나가야 한다. 어떤 분야든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여유를 두고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립유치원 원장이나 회계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실효성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도입 후에도 상담 등 상시 지원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에듀파인 도입이 사립유치원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 신뢰를 회복할 기회라는 사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한유총이 계속 힘겨루기로만 나간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유아와 학부모이다. 에듀파인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양쪽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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