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반대…"협의 병행하지만, 기초연금 정부보조 삭감시 소송 등 대응"
"현금복지 말자는 옆 성동구청장 비판, 현실 모르는 탁상공론일뿐"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서울 중구가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월 10만원의 '어르신 공로수당' 지급을 시작한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정대로 25일 공로수당을 지급한다. 대상 어르신 99.6%가 신청을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 구청장은 공로수당이 기초연금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제도 신설에 반대하는 복지부와 "협의를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중구의 '강행'에 대응해 복지부가 기초연금 국가보조금을 최대 10% 삭감할 수 있다는 말에는 '법적 대응'까지 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서 구청장의 공약인 공로수당은 만 65세 이상 구민 중 기초연금 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매월 1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대상자는 1만2천838명이며 이에 들어가는 156억원은 모두 구 예산이다.
다음은 서 구청장과 일문일답.
-- 공로수당 지급 전까지 복지부와 협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어떻게 됐나.
▲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하지만 25일부터 지급과 협의를 병행하려 한다. 성남시도 청년 배당을 일단 집행하며 정부와 협의한 사례가 있다. 복지부를 상대로 공로수당이 기초연금과는 지급 대상,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설득할 예정이다.
-- 현재 공로수당 신청률은.
▲ (대상자 1만2천838명 중) 99.6%가 신청했다. 0.4%는 연락이 안 되거나 본인 확인이 안 되는 경우다. 정부 정책에서 99.6%는 거의 100%라고 보면 된다.
-- 공로수당을 지급하면 복지부가 기초연금 국가보조금을 삭감할 수 있다.
▲ 왜 삭감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복지증진 업무에 나서야 한다고 규정하고, 지방자치법도 지방정부가 고유한 복지업무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삭감 근거인) 시행령보다 더 상위에 있는 법 정신을 준용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나온다면 저희 나름대로 행정과 관련한 다양한 대응을 해 나갈 수밖에 없다.
-- 소송을 벌이겠다는 것인가.
▲ 행정 소송이든 다른 법적 조치든 성남시나 서울시가 과거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전례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공로수당 등을 현금살포 정책이라 비판하며 '현금 복지는 중앙정부가 하고, 지방정부는 서비스 복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 현실을 잘 모르는 탁상공론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노인 자살률, 빈곤율이 압도적으로 최악이다. 중구는 65세 이상 구민 비율이 17%를 넘어서는 초고령 지역이다. 그중에서 85세 이상과 독거노인은 최고로 빈곤하고 자살률도 서울 내 1위다. 단순히 어르신 복지가 아니라 구의 존립이 위협받는 문제다. 어떠한 정책적, 예산적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막아야 하는, 구의 존립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란 것이다. 이 앞에서 이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이건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불을 앞에 두고 '소방관이 꺼야 한다', '경찰관이 꺼야 한다' 하는 것과 똑같은 탁상공론이다.
-- 구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것인가.
▲ 국가가 정한 최저생계비(기초생활수급자 1인 가구 생계급여)가 50만원이다. 기초연금이란 것이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음에도 3년 후에야 단계적으로 30만원이 된다. 아무도 20만원의 차액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저생계비 50만원 정도의 기초연금이 보장된 상태가 됐을 때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 보수진영에서는 포퓰리즘이라고 본다.
▲ 과거 권위주의 정부처럼 토목건축 등 시설 지원을 할 것이냐, 복지와 교육 등 사람에 우선 투자할 것이냐가 문제의 본질이다. 아직도 사람에 투자하는 것을 투자가 아닌 소비로 보는 그릇된 보수의 잣대가 있다.
-- 앞으로 계획은.
▲ 공로수당을 보편적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만 드리는데, 연말에 재원이 허락된다면 85세 이상 초 고령층은 소득분위를 나누지 않고 기본소득 개념으로 모두 드리려 한다. 중구가 현재 8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1위이기 때문에 해당 계층에 집중할 생각이다.
-- 서울시에서는 청년수당 확대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 유럽에서는 이미 기본소득 논의가 시작됐다. 현금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 정신에 얼마나 부합하느냐, 실효성이 있느냐의 논의로 가야 한다.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문제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서울시가 왜 청년수당을 기본소득으로 지급 검토하는지, 그 문제의식에 주목해야 한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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