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방문엔 여러 행사 수반…北, 트럼프와 담판에 집중하려 했을수도
베트남도 한쪽에만 '국빈' 부여하긴 부담…예우수준은 국빈급일듯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27∼28일)을 계기로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은 결국 '국빈 방문'이 아닌 '공식 방문'으로 정해졌다.
베트남 외교부가 23일 페이스북 페이지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에 베트남을 공식 우호 방문(official friendly visit)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북한 정상이 55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하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국빈 방문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그보다 한단계 격이 낮은 공식 방문 형식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국가 정상의 해외 방문에서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은 국빈 방문(state visit)보다는 낮지만, 실무방문(working visit)보다는 높은 의전 등급이다. 외교부 의전 담당자에 따르면 한 국가의 정상(대통령 또는 총리)이 공식 초청한 경우에는 국빈 방문 아니면 공식 방문의 형식을 취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실무방문, 사적 방문 등의 형식을 취한다.
다만, 이번에 김 위원장에 대해 베트남이 '공식 우호 방문'으로 '우호'라는 표현을 추가한 것이 눈길을 끄는데, 과거 베트남은 자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 정상을 받아들일 때 '공식 우호 방문'이라고 명명한 적이 있다. 작년 11월 쿠바, 재작년 12월 라오스 정상의 베트남 방문 때가 그 예다.
국빈 방문 대신 공식 방문으로 하기로 한 것에는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 주목적이 북-베트남 양자 관계 관련이 아닌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점이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빈 방문의 경우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항에서의 예포 발사, 국빈 오찬 또는 만찬과 연회, 공식 환영식, 국회 연설 등 정상회담 이외의 부대 일정들이 많은게 보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3월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베트남을 2박 3일간 국빈 방문했을 때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외에도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고(故) 호찌민 주석 묘소 헌화, 국가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과의 면담, 국빈만찬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북한 입장에서 자국의 미래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는 터에 국빈 방문에 수반되는 여러 일정을 소화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 보인다.
또 베트남 입장에서 북미 양국 정상을 불러들이면서 어느 한쪽만 '국빈'으로 받아들이거나, 양쪽을 다 국빈으로 받아들이는데는 부담이 있었을 수 있어 보인다.
국빈 방문과 공식 방문 사이에는 행사 가짓수뿐 아니라 예우 제공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상대국 국기를 어느 정도까지 게양하느냐, 무료 숙소를 몇 명까지 제공하느냐 등에 차이가 있다.
결국 김 위원장 방문은 공식 방문으로 발표됐지만 베트남 정부는 예우 수준을 국빈 방문급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공식 우호 방문과 국빈방문은 같은 레벨"이라며 "베트남과 북한이 명칭을 그렇게(공식 우호 방문으로) 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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