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요구에 일반업무 어려울 정도" 우려 섞인 긴장
금감원은 '유인부합적 검사' '저인망식 검사 지양' 밝혀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종합검사를 시작하고 최종 조치를 요구할 때까지 길게는 1천일 넘게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은 금감원 검사 기간 '업무 마비'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금융사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고 올해 본격 실시하기로 하면서 금융권에 우려 섞인 긴장감이 감돈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금감원 종합검사 목록을 보면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금융사 종합검사는 298건이 이뤄졌다.
금융사들이 종합검사를 시작하고 종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부분 1∼2개월 이내였다.
그러나 이들이 검사를 종료하고 금융사에 제도 등 개선을 요구하는 '조치요구일'까지는 검사 시작일로부터 평균 285일, 9개월 넘게 걸렸다.
이 중 삼성생명은 2014년 11월10일 검사를 시작해 12월10일에 끝났지만, 금감원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한 2017년 9월7일까지는 검사 시작일로부터 무려 1천32일이 걸렸다.
흥국화재는 종합검사를 시작한 2014년 9월15일에서 998일이 지난 2017년 6월9일에 조치요구를 받았다.
2013년 2월 18일 종합검사가 시작된 RBS은행은 31일 뒤인 3월 21일 조치요구를 받아 가장 짧은 시간이 걸렸다.
작년 2∼3분기에 종합검사를 시작한 한국투자증권(5월8일부터), NH투자증권(6월27일), 한국자산신탁(8월23일)은 해를 넘긴 지금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간 분포를 보면 소요 기간이 201∼300일인 사례가 90건으로 가장 많았다.
101∼200일이 소요된 검사는 88건, 301∼400일이 걸린 검사는 61건이었다.
금감원은 2015년 종합검사를 사실상 폐지했다가 지난해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후 되살렸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종합검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검사 시작부터 조치요구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삼성생명은 공교롭게도 이번에 부활한 종합검사의 첫 대상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 검사 이후 4년 넘게 지난 데다 최근 몇 년간 자살보험금, 즉시연금 지급 분쟁 등 소비자보호 관련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징벌적 검사, 명확한 기준이 없는 포괄적 검사로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 때는 공식 검사 기간 전부터 자료 요구가 이어지고, 검사 이후 조치 결정될 때까지도 소명 요구가 계속돼 업무가 어려울 정도"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도 정책의 일관성과 금융회사의 수검 부담, 보복성 악용 등을 걱정해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한 전문가는 "부문검사를 할 때도 준법성 검사를 하다 건전성 검사 여지가 보이면 건전성 검사 인원이 투입되는 등 부문검사가 종합검사처럼 이뤄졌다"며 "부문검사와 종합검사는 '명분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런 우려를 반영해 올해부터는 미리 중요 지표를 정해 금융사를 평가한 뒤, 결과가 저조한 회사만 종합검사를 하고 우수한 회사는 제외해 주는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종합검사를 받은 회사는 전후로 3개월 이상 부문 검사를 하지 않으며, 사전 요구자료를 최소화하고 과도한 기간 연장도 금지했다.
검사 중 발견된 경미한 지적 사항은 적극적으로 현지 조치하는 등 검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변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금융사와 금융위 우려를 감수하고도 부활시킨 종합검사가 그럴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석 의원은 "경제가 어려울 때 세무조사도 면제하는데 금감원은 스스로 폐지한 종합검사를 되살려 금융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종합검사가 과거와 같이 수개월에 걸친 강압적 검사로 금융회사들의 부담을 가중한다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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