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복권 사상 역대 2위인 15억3천700만 달러(1조7천430억 원)를 받게 될 당첨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온갖 소문이 무성해지고 있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23일 발표된 메가 밀리언스의 1등 복권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소도시 심슨빌 교외에 위치한 KC마트에서 판매된 것이었다.
초대형 잭팟의 주인공은 오는 4월19일까지 사우스 캐롤라이나 복권협회 사무실로 서명한 복권을 들고 와서 당첨금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두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도 대박의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탓에 심슨빌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당첨자가 1등 복권의 숫자가 발표되는 순간 너무 기쁜 나머지 즉사했다거나, 경찰의 수배 대상자여서 추적을 받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얘기다.
차량 차양판에 꼽혀있던 당첨 복권이 날아가 쓰레기통에 던져졌고 폐기물 매립지에 영원히 들어갔다던가, 당첨자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면서 조용히 당첨금을 찾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들도 나돈다.
해당 복권이 판매된 KC마트를 드나드는 주민들은 1등 복권이 인근 거주자나 노동자에게 팔렸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주민은 해당 복권이 이 곳에서 팔렸다는 얘기를 듣고 잠시 흥분했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복권의 숫자를 살펴본 뒤 이내 실망하고 말았었다고 회고했다.
궁금증이 커지면서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KC마트의 그릴에서 핫도그와 햄버거 판매를 준비하고 있던 크리스 왓슨은 메가 밀리언스 측에서 당첨금을 이월하는 대신에 굳이 지급하려 하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복권의 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당첨금은 44개주와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워싱턴 D.C에 골고루 분배된다.
이 복권이 판매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정부에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주정부는 복권에서 거둘 6천100만 달러의 소득세를 이미 예산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정부 연간 지출의 0.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 주의회 의원은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득세를 신고하는 주민들에게 1인당 50달러를 환급해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물론 복권 당첨자로부터 세금을 받아야 하는 경우의 얘기다.
KC마트의 소유주는 당첨자가 끝내 등장하지 않으면 복권협회로부터 5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
KC마트의 한 직원은 그러나 1등 복권이 판매됐다는 얘기가 나온 뒤 매출이 오르고 있고 아직도 요행을 바라는 주민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트 주변에 1등 당첨 판매처라는 대여섯 개의 홍보문이 나붙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등 복권의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은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당첨금의 금액이 종전의 사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메가 밀리언스 복권의 경우, 최대의 미지급 당첨금 복권은 2002년에 뉴욕주에서 판매된 6천800만달러짜리였다.
같은 해 파워볼에서도 2장의 복권이 1억350만 달러의 당첨금을 받는 1등에 뽑혔지만 인디애나주에서 팔린 1장의 임자는 끝내돈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것이 복권사 관계자의 얘기다.
1등 당첨자가 돈을 찾아가야 하는 기간은 주별로 다르다. 또한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비롯한 몇몇 주에서는 복권의 임자가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을 피해 익명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메가 밀리언스 복권협회의 한 관계자는 당첨자는 종종 법무, 재무 상담을 받곤 한다면서 그가 세금을 이유로 해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들을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왜 이처럼 오래 기다리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물론 과거에도 당첨자가 오래 뜸을 들인 경우가 있었다.
2016년 1월13일 파워볼에서는 미국 복권 사상 최대인 15억8천600만 달러의 잭팟이 터졌다. 당첨자들은 캘리포니아와 테네시주, 플로리다주에서 복권을 산 것으로 밝혀졌고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당첨자는 6개월 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캘리포니아주 로터티의 한 관계자는 "당첨금이 클 수록 찾아가는 기간은 길어진다"면서 엄청난 금액이고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슨빌에서는 여전히 입소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현지의 한 이발사는 당첨자가 KC마트에서 수마일 떨어진 대형 송전소에 근무하고 있고 동료들이 알지 못하도록 기다리는 것일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접한 또다른 풍문은 이 송전소의 직원들이 돈을 갹출해 복권을 구입했고 지금은 당첨금 문제로 한창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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