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2] '느긋한' 트럼프 "핵실험 없는한 행복"…先동결 後비핵화 수순?

입력 2019-02-25 15:30   수정 2019-02-25 15:30

[북미회담 D-2] '느긋한' 트럼프 "핵실험 없는한 행복"…先동결 後비핵화 수순?
"우리는 단지 실험 원하지 않는다" 이어 회담 목전에 '목표 낮추기'
폼페이오도 "미국에 대한 핵위협 줄이는 게 최종상태"…장기전 태세
'先동결→後완전비핵화' 단계적 접근하는듯…동결에 그칠 가능성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핵(核) 담판'을 목전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 만족스럽다는 미묘한 언급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전미 주지사협회 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누구도 서두르게 하고 싶지 않다"며 "난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지난 15일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더는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가 없고 핵실험도 없다"며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라고 한 발언의 연장선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큰 틀에서 북핵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장기전(戰)'을 예고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당초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협상 목표를 낮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직접적 위협이 되는 핵·미사일 실험부터 일단 '제어'한 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이행해나가겠다는 의중을 내보였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미국 조야의 분위기와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두 번째 회담에서도 기대 만큼의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경우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대외적 목표 낮추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1월부터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북미 대화에 관해서도 '현미경 검증'에 나설 채비를 갖춘 가운데 자신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이 '기대에 못 미치는 협상'이라고 논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인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가장 큰 북한발(發) 위협인 핵·미사일 실험이 멈췄다는 점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면서 의도적으로 협상의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너무 높은 비핵화 목표를 설정했다가 이에 못 미치면 '빈손 회담'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의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발언도 자국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은 협상 목표 낮추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1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밝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및 해외 반출, 핵 동결 등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요인 제거 쪽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밝은 미래를 만들고 미국에 대한 핵무기 위협을 줄인다는 궁극적인 최종상태를 달성하기를 바란다"며 이런 시각에 힘을 실었다.

이와 같은 목표 낮추기는 비핵화 협상이 단시일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도 전부터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미리 언급한 것이나,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일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알고 있다. 세계가 요구하는 것보다는 느릴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큰 틀에서 비핵화 로드맵의 밑그림을 그리고 북한 핵 동결과 ICBM 폐기 및 반출 등을 시작으로 단계별로 나눠 비핵화 실행 조치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아 최종 목표인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하는 '단계적 프로세스'를 상정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미 실무협상 내용에 정통한 미국의 고위당국자도 지난 21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전화브리핑에서 '모든 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a freeze on all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missile programs)을 우선순위의 의제 중 하나로 언급했다. 동결 자체를 북미 협상의 목표로 삼았다기보다는 '동결→폐기'의 단계적 수순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핵 실무협상을 준비하면서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청취했고, 이중 '카네기팀'으로 불리는 집단이 비핵화에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북한의 핵무기를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하게 동결하는 개념의 'CVC'(Comprehensive Verifiable Capping) 전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첫 임기 내에 FFVD 성취가 어려운 만큼 2020년까지는 동결 전략을 취하고 이를 발판으로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보는 시각에 따라 "실험만 없으면 미국의 안보에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으로 비쳐지면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기존의 비핵화 목표가 변화된 것 아니냐는 논란의 소지를 남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협상이 길어지고 북한과 미국 내부의 사정이 달라지면 최종 목표인 완전한 핵 폐기까지 가지 못한 채 동결로만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협상 전략을 둘러싼 비판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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