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 100년·세계시민 100년' 국제학술회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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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제는 항일·독립·민족의 좁은 자아를 넘어 널리 세계의 보편을 품는 일대 시각 전환을 시도할 때입니다. 우리를 좁은 테두리에 가둬온 '옛 3·1'을 넘어 차별과 폭력의 극복이라는 '새 3·1'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일제 압제에 거국적으로 저항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침략적 제국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에 반대한 3·1운동의 정신과 유산을 민주공화와 세계평화라는 틀로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명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은 25일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개막한 3·1운동 100주년 국제학술회의 '민주공화 100년·세계시민 100년: 보편평화를 향하여'에서 개회 발표를 통해 3·1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했다.
박 관장은 "3·1운동은 시간적으로 '이전 한국 100년'의 사상적, 정치적 흐름이 응축돼 터져 나온 귀결이자 '이후 한국 100년'의 정신과 제도의 뿌리를 이루는 분수령이었다"며 "공간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분출한 민주주의, 공화주의, 주권평등, 평화운동과 직결돼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19년 3월에 모든 계층과 사상이 3·1운동에 흘러 들어가 세력의 연합을 이뤄냈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시민으로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3·1운동을 일제를 향한 항거로만 보는 견해는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는 잠시 외국이 강점하더라도 '독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3·1운동 역시 독립운동보다는 주권회복운동 성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감소했지만 난민과 강제이주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한 뒤 "갈등을 넘어 보편평화에 기여하고 인류의 근본 가치를 복원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현대 한국의 정신적 뿌리인 3·1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여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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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인간평화와 치유연구센터가 26일까지 여는 학술회의에서는 국내외 학자들이 '세계적 관점에서의 민주공화운동',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이분법을 넘어서', '오늘날 세계에서의 평화, 민주주의, 그리고 공화국'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발표한다.
발표문에 따르면 에레즈 마넬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3·1운동에는 한반도 한국인뿐만 아니라 초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해외 활동가들이 참여했다"며 "당시 한국인들의 경험은 이후 새로 등장한 평화 담론이 어떻게 구조화하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호프 엘리자베스 메이 미국 센트럴미시건대 교수도 3·1운동의 국제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각성한 의식과 세계시민적 감성, 새로운 형태의 우의와 국제협력을 향한 갈망을 표출한 보통 사람들의 복합적 이야기로 3·1운동을 조망할 때 이 사건이 국제평화 역사의 중요한 순간으로 빛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정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3·1운동이 한국 대중이 자주적 국가의 시민임을 선언한 외침이었다고 규정하고 "3·1운동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서 시민들이 항상 깨어 있어야만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고 역설했다.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는 "우리가 지구라는 우주선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공동체 사이의 보편적 연대와 협력이 시급한 과제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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