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끝났어요·텅 빈 거품·아직은 끝이 아니야·곧 죽어도 등교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회색 인간'의 김동식, 국내 SF계에 한 획을 그은 김주영,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은 고호관 등 한국 장르소설계를 이끄는 작가들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출판사 '요다'는 과학전공 작가 중심 SF단편집 '전쟁은 끝났어요'와 '텅 빈 거품'을 출간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10명 소설가가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중 하나의 세계관을 택해 다가올 미래 사회를 그린다.
곽재식·구한나리·김주영·김초엽·이산화는 유토피아를, 김동식·김창규·전혜진·정도경·해도연은 디스토피아를 상상했다.
작가들은 자신의 전공 지식을 십분 활용해 수학, 생화학, 생명공학, 로봇공학, 우주공학 등 소재를 소설에 촘촘히 녹여낸다.
김동식 작가의 '두 행성의 구조 신호'는 행성 '보그나르'와 '카느다르'의 구조 신호를 받고 이곳 사람들을 구하고자 길을 떠난 프레드와 레이철의 이야기를 담았다.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 냉철한 사회 비판을 담은 이 소설은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반전을 넣어 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김보영 작가는 추천사에 "유토피아라고 모두가 행복하지 않고, 디스토피아라고 모두가 불행하지도 않다"며 "어두운 미래를 그린 작품이든 밝은 미래를 그린 작품이든 대부분 세계 전체의 변화와 변혁을 노래했다는 점도 감동적이었다"고 적었다.
출판사 '아작'은 지난 15년간 한국 장르 소설의 대표 작가들이 활동한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중·단편선을 모은 '아직은 끝이 아니야'를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거울'은 문집을 자체적으로 발간했지만, 출판사를 통해 작품들을 정식 출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책에는 고호관, 곽재식, 김두흠, 김인정 등 주목받는 장르 소설가 작품이 대거 실렸다.
표제작인 '아직은 끝이 아니야'는 출판인과 언론인이라면 모두 믿는 '오자 자연 발생설'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스타일의 재난 스릴러다.
서지면역학자인 해랑은 언론사에 다니는 친구 성욱으로부터 '대통령, 철저 방역 지시'가 '대통령, 철저 방관 지시'로 나가는 등 유독 대통령에 관한 기사에만 오자가 난다는 얘기를 듣는다.
오자는 마치 신종 바이러스처럼 많은 기사에 등장하기 시작하고 해랑은 성욱이 일하는 신문사로 파견돼 '오자 잡기'에 나서나 그 또한 어느샌가 오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밖에 이번 소설집에는 휴대전화에 이식된 고양이들의 이야기, 저승사자가 사람을 데리러 갔다가 고스톱을 치게 된 이야기 등 장르를 넘나들며 무한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아작 관계자는 "'거울'은 장르소설계의 스카우팅 리포트"라며 "이번 작품집에서는 정형화한 틀이 없는, 단지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커다란 주제 안에서 움직이는 다양한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예들의 제약 없는 상상력과 틀을 깨부수는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단편들도 독자들을 찾아간다.
황금가지는 미스터리부터 호러, 판타지, 로맨스를 넘나드는 다양한 색깔의 단편 여덟 편을 모은 소설집 '곧 죽어도 등교'를 출간했다.
'학교'라는 하나의 소재 아래, 단편임에도 50개가 넘는 챕터로 이뤄진 작품이나 인물들이 학교의 번호로만 불리는 작품 등 다소 실험적인 소설도 수록됐다.
이번 책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진행된 '작가 프로젝트'를 거쳐 뽑힌 작품들과 브릿G에 올라온 수천 편 작품 중 편집부 검토를 거쳐 엄선한 것들로 구성됐다.
단편집 첫 작품인 '밀실 연애편지 사건'은 사물함 속에 자신을 좋아한다는 고백 편지를 받은 남학생이 편지를 보낸 사람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일상 미스터리다.
다문화가정 소년이 당하는 축구부 내 폭력과 차별을 그린 '11월의 마지막 경기'는 민간신앙과 복수라는 주제가 얽혀 장르적 밀도가 높은 구성을 유지하는 작품으로, 약자의 등을 떠미는 냉혹한 사회의 가장 아픈 부분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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