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결제인프라 혁신방안에 "카드사 역차별"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기존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이 25일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에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와 협업하지 않고서도 신용카드 업무를 볼 수 있는 페이업체가 등장할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로페이 밀어주기'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방안에 공교롭게도 그동안 '제로페이'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보완해주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인 것이 신용결제 허용이다. 제로페이는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하기에 잔고가 있어야 결제할 수 있다.
이용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하고 나중에 결제하는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편의성이 떨어진다. 제로페이와 같은 직불결제 방식인 체크카드가 신용카드 시장을 어느 정도 잠식하고서 성장 정체에 빠져든 이유이기도 하다.
후불결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업 라이선스가 필요해 그동안 간편결제 사업자가 쉽게 후불결제를 할 수가 없었다.
금융당국은 이에 월 50만원 한도에서 후불결제를 허용한 이동통신업체의 사례와 같이 간편결제 사업자에게도 소액후불결제 문호를 열어주겠다고 했다.
한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소액결제에서 연체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간편결제 사업자에 신용결제를 허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적어도 최소자본금, 건전성 기준 등 관리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제휴하지 않고서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관리하고 자금 이체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존 간편결제 사업자가 결제사업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은행과 제휴를 덜어주는 조치다. 간편결제 사업자는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할 수 있어 관련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제로페이의 지속가능성에 의심하는 쪽이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제로페이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낮출 수 있었다.
소액후불결제와 독립적인 계좌 발급·관리라는 두 가지만 허용되면 간편결제 사업자가 비록 이용 한도는 기존 카드사보다는 낮지만 은행·카드사와 제휴하지 않고서도 카드업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의 이번 대책에는 기존 카드업계를 역차별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간펼결제 이용자에게 신용카드 이용자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가맹점에 단말기를 무상 보급하는 것을 부당한 보상금 제공으로 보지 않기로 한 점 등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도 핀테크 업체와 경쟁·협력하면서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에 노력하고 있으니 역차별하지 않고 낡은 규제를 동등하게 풀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무엇보다도 경계하는 점은 결제시장 판도 변화를 꾀하는 당국 입장이다.
금융위는 간편결제를 고비용인 신용카드 중심의 결제시스템의 대안으로 보고 전체 결제시장에서 간편결제 비중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개인 신용카드 이용금액 대비 간편결제 비중은 7.3%다. 전체 결제시장으로 넓히면 이 비중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또 다른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니 카드업계에 중장기적으로 충격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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