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도착 당일 멜리아에 프레스센터 개소…정상국가 부각 의도?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정빛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입성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25일(현지시간)하노이 시내에 있는 멜리아 호텔이 김 위원장의 숙소로 사실상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초 멜리아 호텔은 일찌감치 보안이 강화된 회담장 유력 장소인 메트로폴 호텔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숙소로 확실시되는 JW메리어트 호텔 등에 비해 구체적인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4일 고려항공 수송기를 타고 하노이에 먼저 도착한 이른바 '방탄 경호단'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의 경호팀이 멜리아 호텔에 여장을 풀면서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장갑차 등장'…김정은 머물 멜리아호텔 긴장감 최고조 / 연합뉴스 (Yonhapnews)
호텔 스위트룸이 자리한 21층에 묵는 것으로 알려진 경호팀은 도착 직후 연일 조를 이뤄 '콘퍼런스 센터'가 위치한 호텔 1층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센터 내부엔 북측 대표단 회의실이 차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원들을 통솔하는 '책임자'격인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도 경호팀이 도착한 이후 이틀 연속 멜리아 호텔을 찾아 김 위원장의 동선을 점검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집사'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25일 오후 멜리아 호텔을 전격 방문하면서 김 위원장 도착 전 최종점검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같은 날 멜리아 호텔 로비에는 보안검색대가 설치됐고, 호텔 관계자들은 로비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의 신원을 일일이 조회해 투숙객이 아니면 모두 나가도록 조치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베트남에서 내달 2일까지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26일에 도착한다면 적어도 3박 4일을 베트남에 머무는 셈이고, 보안과 경호 문제 등을 생각하면 체류 기간 중간에 숙소를 옮길 가능성은 현재로선 작다.
주목되는 점은 멜리아 호텔에 같은 날 북미정상회담 기간 미 백악관 기자들이 상주할 미국 프레스센터도 문을 연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예상대로 멜리아 호텔에 짐을 푼다면 미 기자들과 '한 지붕'에서 동거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4일 오전 멜리아 호텔 로비에 있는 안내전광판에는 '미 대사관 미국 프레스센터'(US EMBASSY US PRESS CENTER)라는 안내 문구가 올라와 있었지만, 몇 시간 만에 사라지면서 한때 프레스센터 위치가 변경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5일 현재까지 별도 공지가 없어 예정대로 호텔 7층에 미 프레스센터가 차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호텔 직원은 '북한 지도자와 미국 기자들이 같은 건물에 있는 것이냐'는 연합뉴스 기자 질문에 "프레스센터는 (메인 건물이 아닌) 컨벤션센터가 위치한 뒤쪽 별도 건물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미국 취재진의 경우 컨벤션센터로 갈 수 있는 별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예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회담 기간 미 취재진이 쉴 새 없이 드나들 것이 뻔한 데다 아예 멜리아 호텔에서 투숙을 하는 취재진도 있어 김 위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이 미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의 경호와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북한 당국이 이곳에 미 프레스센터가 차려질 것이란 정보를 몰랐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여기에 '최고 지도자'의 동선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이 일반적인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멜리아 호텔 낙점은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이 여유있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과 함께 '정상 국가'를 지향하기 위한 의도적인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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