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릭 "더는 달콤한 대화안돼…김정은 구체적 약속으로 붙잡아야"

입력 2019-02-26 02:21  

졸릭 "더는 달콤한 대화안돼…김정은 구체적 약속으로 붙잡아야"
前세계은행 총재, WSJ 기고 "北비핵화, 신뢰구축과 함께 단계적으로"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더이상 일반적이고 달콤한 대화는 안 된다"면서 "북한 지도자를 구체적인 약속으로 붙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졸릭 전 총재는 25일(현지시간) '김정은과 협상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일관된 인센티브와 '반(反) 인센티브'(disincentive)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총 5가지를 제안했다. 졸릭 전 총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험에 대해 "이런 과정은 신뢰를 구축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은 핵시설 해체 시작과 신고, 대량살상무기 시험과 확산 중단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핵화 진전과 함께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졸릭 전 총재는 베트남과 중국의 개혁개방 사례를 거론하면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독재정권 하에서의 경제개혁 모델로 향하게 할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은 선택을 비교하고,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미국과 한국 등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식량, 의료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반도 정전체제를 거론하면서 남북이 하나씩 오랜 대결을 해체해야 한다면서 "북한군은 너무 규모가 크고, 규모와 기습공격 능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대 규모가 축소되면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을 위해 제한된 자원을 더 많이 쏟아부을 수 있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줄어들면 트럼프 대통령도, 여전히 일부 주한미군은 필요하더라도, 주한미군의 규모를 줄이거나 재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간에도 신뢰구축을 위한 어젠다를 가져야 한다면서 초기 조치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사안이나 체육 및 인적교류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 경제적 프로젝트는 (북한 주민의) 삶과 시장을 촉진하기 위한 개혁을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항구적인 평화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남북은 미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 등과 협력해야 하며, 일례로 당사국들은 역내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졸릭 전 총재는 "미국과 한국은 이런 5가지 사항의 경과에 따라 동맹국들과 함께 자신들 행동도 동기화하고, 적절한 수준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북한의 변화 의지를 가늠해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고, 힘든 결정을 위한 내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로) 평화조약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과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면서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정책적 목표와 연계되지 않는 한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단편적 조치에 그쳐서는 안 되고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이끌 수 있는 전략적 목적과 연계돼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풀이되다.
졸릭 전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헤드라인 장식을 위해 (대북) 유화책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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