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영국 정치권의 혼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25일 잇따른 소속 의원들의 이탈에 직면, 기존의 태도를 번복하고 '제2의 국민투표'를 지지할 용의를 표명했다.
집권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와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지난달 기록적인 표차로 의회에서 거부된 데 이어 보수당 의원들은 메이 총리에게 브렉시트 연기를 요구하고, 노동당 의원들은 코빈 대표에게 제2 국민투표안을 압박하는 등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와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노동당의 코빈 대표는 지난주 9명의 소속 의원들이 이탈한 데 이어 추가 탈당 분위기가 이어지자 지금까지 제2 국민투표안에 반대해온 입장을 바꿔 제2 국민투표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코빈 대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제2 국민투표안에 반대하고 있는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이나 노동당 대표가 제2 국민투표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이탈로 노동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이 제2 국민투표에 대한 입장을 선회한 것은 향후 브렉시트의 향방과 영국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코빈 대표의 지지 입장 선언이 제2 국민투표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나 영국 내 제2 국민투표 지지 세력을 크게 고무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이 제2 국민투표안을 언제 의회에 상정할지, 또 국민에게 어떤 취지를 제기할지 아직 불분명하나 의원들이 마련한 일련의 브렉시트 수정안이 표결 처리되는 이번 주 대신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는 다음 달 중 노동당 안이 상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서 의원들 다수가 제2 국민투표안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제2 국민투표안이 의회 다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적어 보이나 만약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이 다음 달 의회에서 다시금 부결될 경우 의회 내 '계산'이 변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노동당은 현재 피터 카일, 필 윌슨 두 의원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을 지지하는 수정안을 마련 중이다. 단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에 대해 추후 확인을 위한 국민투표를 한다는 조건부이다.
유권자들에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과 EU 잔류 양자 간에 최종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코빈 대표는 이들 의원의 수정안을 지지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당 의원들은 그동안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해왔으나 제2 국민투표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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