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간부와 짜고 통신망 유지·보수비 32억원도 착복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한국가스안전공사 간부가 통신 회선 사업 계약유지를 대가로 이동통신업체로부터 십수년간 18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이동통신업체 관계자와 짜고 가스안전공사의 통신 회선 유지·보수 예산 32억원도 착복했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가스안전공사 간부급 직원 A(51)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확인하고 해외로 달아난 그를 추적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A 씨는 가스안전공사의 음성군 본 청사 통신망 회선 설치 사업자 계약유지를 조건으로 모 이동통신업체 부장 B(50) 씨 등으로부터 1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200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매달 500만원씩 총 11억원을 B 씨로부터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A 씨에게 뇌물을 건넨 대가로 5년마다 갱신되는 가스안전공사 통신망 계약 연장을 따냈다.
A 씨는 B씨가 소속된 통신업체의 협력업체 직원인 C(47) 씨와 D(55) 씨로부터도 가스안전공사 건물 통신 설비 사업자·유지 보수 업체 선정을 대가로 7억원을 받아 챙겼다.
A 씨는 B 씨와 짜고 가스안전공사의 통신 회선 유지·보수 예산 32억원을 착복한(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B씨가 통신 회선 유지·보수 명목으로 매달 3천만원의 가스안전공사 예산을 지인 명의의 하도급 통신업체(페이퍼컴퍼니)에 보내면,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예산을 가로챘다.
A씨가 계약업무를 총괄하고 있어 매달 통신 회선 유지보수비를 부풀려 지급해도 동료나 상급자가 통신업체에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렇게 챙긴 돈은 A 씨와 B씨가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A 씨는 지난해 10월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다.
B 씨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C 씨와 D 씨를 비롯해 범행에 가담한 하도급 업체 대표 E(46) 씨와 F(44) 씨도 뇌물공여 방조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IT 담당자가 외부 업체 선정 및 계약문제 등을 도맡아 관련 업체와 영업담당자가 부정행위를 해도 쉽게 발각되지 않았다"며 "범행에 가담한 윗선이 있는지 등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스안전공사는 내부 감사 과정에서 입찰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해 가스안전공사 본사를 압수 수색해 확보한 통신 회선 사업자 계약 관련 문서 등을 토대로 A 씨 등의 혐의를 특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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