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선거제 개혁 논의 속도내기…성사까진 '산 넘어 산'

입력 2019-02-26 11:51  

여야 4당, 선거제 개혁 논의 속도내기…성사까진 '산 넘어 산'
오늘 정개특위 간사단 회의…선거제 개혁안 등 세부내용 '입장차'
한국당, 강력 반발…'선거제 개혁 외면' 비판여론 감안해 당론 정리 시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한지훈 기자 =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공동의 선거제 개혁안을 만들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을 추진키로 했지만, 실제 성사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월 임시국회가 무산된 가운데 시도되는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공조는 답답한 대치 정국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우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모독' 발언을 계기로 공조의 실마리를 잡은 여야 4당은 내친김에 선거제 개혁을 공통 과제로 삼아 한국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민주당,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건 야 3당의 이해가 맞닿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제 개혁 방향에 대한 민주당과 야 3당의 동상이몽은 뚜렷하다.
또한 내년 총선까지 불과 410여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선거제 개혁 법안을 최장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한 여야 4당의 '단일안 논의' 시간도 빠듯해 보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들이 26일 오후 비공개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전날 4당 원내대표들이 제시한 데드라인인 28일까지 단일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동시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 다른 개혁 법안을 함께 처리하고자 하는 속내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선거제 개편 문제를 논의했다"며 "앞으로 4당 간 이견을 조율해 민생 입법 및 개혁 입법 과제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입법 과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절박한 마음에서 시간이 걸려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4당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 3당은 패스트트랙 회부 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여당의 개혁 입법 처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데 대한 경계심이 엿보인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안 외에도 다른 개혁 법안들을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야당들과 합의부터 해야 한다"며 "주고받는 문제가 아니라 믿음이다. 선거제 개혁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4당이 각자 원하는 선거제 개혁안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의원정수 확대 여부나 정당 득표율과 의석 배분의 연동 수준 등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각 당의 입장이 있고 당익(黨益)이 있으니까 민주당의 것은 안으로서 존중한다"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4당이 어렵사리 선거제 개혁 단일안을 도출하더라도 이를 패스트트랙에 올릴지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한국당이 최종안을 내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이 불가피하다는 적극적인 입장인 반면, 바른미래당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 대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특히 선거의 룰에 관한 문제를 패스트트랙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한국당의 자발적 협상을 기다리기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한국당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하루빨리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당은 여야 4당 공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어제 여당 주도로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모여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을 논의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졸렬한 태도인가"라며 "선거제 개혁에 있어서 어떤 제도만이 선이라 생각하고 그 제도를 무조건 밀어붙이는 태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법을 마음대로 통과시키고, 또 한축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2중대 정당을 원내교섭 단체화하려는 것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특히 민주당이 공수처법 등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키려고 야 3당과 선거제 개혁 공조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패스트트랙 시도와 관련, "야당과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이고 반의회주의적 작태"라며 "이로 인한 국회 파행과 국정 공백은 전부 여당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다만 선거제 개혁에 가장 미온적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 개혁에 대한 당론을 정리하기로 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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