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끼리 '청원 품앗이'…인천시 온라인청원 부작용 속출

입력 2019-02-26 11:24  

인터넷 카페끼리 '청원 품앗이'…인천시 온라인청원 부작용 속출
신도시 인터넷카페 독차지에 여론 왜곡·행정 혼선 우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인천시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모방해 작년 말 도입한 온라인 시민청원 제도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시는 작년 12월 3일 시청 홈페이지에 시민청원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등록된 청원이 30일간 3천명 이상 공감을 얻은 경우' 박남춘 시장이나 시 고위 간부가 영상을 통해 직접 답변하기로 했다.
답변 기준인 3천명은 인천시 인구 300만명의 0.1%다.
26일 오전까지 이 사이트에 등록된 총 299건의 청원 중 3천명 이상 공감을 얻은 것은 모두 6건이다.
이 중 3건은 경제자유구역인 청라국제도시의 한 인터넷 카페가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여 성립됐고 나머지 3건도 송도국제도시의 한 인터넷 카페가 '공감 클릭하기' 운동을 주도해 3천명을 넘겼다.
청라 청원 내용은 '경제자유구역청장 사퇴 요청', '청라광역소각장 폐쇄·이전', '청라 개발정책 제안'이고 송도 청원 내용은 '송도 R2블록 원안 복귀', 'GTX-B 노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건의', '송도 센트럴파크 주변 주상복합 경관 개선'이다.
박 시장은 이들 청원에 대해 접수된 순서대로 3건은 이미 답변했고 나머지 3건도 관련 부서에서 시장 답변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시장이 직접 답변하는 탓에 행정력이 쏠릴 수밖에 없는 온라인청원을 신도시 일부 인터넷카페가 독차지하면서 반대 여론과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원도심과 낙후지역의 정보소외 계층은 시장과 시정의 관심에서 더 멀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상당수 주민이 가입하지 않은 개인 인터넷카페의 지역 대표성을 문제 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무조건 3천명을 채워 시장을 불러내자'는 심리가 발동하면서 지역 간에 서로 공감을 몰아주는 일종의 '품앗이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송도의 한 인터넷카페는 민간기업이 2015년 경관심의와 건축심의를 통과해 올해 분양 예정인 송도의 주상복합 건물을 회오리 모양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청원의 공감수를 늘리기 위해 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다른 지역 주민 커뮤니티와 청원 품앗이를 했다.
청라국제도시에서도 청원 공감수를 늘리기 위해 영종국제도시 현안인 종합병원 유치 청원과 공감을 주고받자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6일 청라에서 열 예정이던 한 시티타워 건설 주민설명회는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 개최일자를 두고 의견이 맞서 개최 하루 전날 무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행사를 주관하는 LH 관계자는 "어느 한쪽 온라인 커뮤니티 의견을 따를 수 없어 3월 중 다시 날짜를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온라인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부작용이 큰 이 제도 자체를 없애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 김모씨는 "온라인 청원제도가 지역이기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며 "다른 지역과 (공감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3천명을 채워 어떤 현안도 주민 입맛대로 바꿔 갈 수 있다면 다른 지역은 소외감이 극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온라인 시민청원 운영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종우 시민정책담당관은 "아직 시행 초기여서 청원 품앗이 등 여론 왜곡 현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3천명을 채우지 못한 청원에 대해 시에서 어떤 방식으로 피드백할 것인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s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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