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주장 이명주 "모든 팀이 아산 넘어야 정상으로 갈 수 있도록"
박동혁 감독 "간절함으로 뭉친 선수들…작년 못지않은 경기력"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해체 위기까지 몰렸다 기사회생한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아산 무궁화가 어느 팀보다 비장한 각오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박동혁 아산 감독과 새 시즌 주장 이명주는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간절함'을 바탕으로 한 새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박 감독은 "리그에 다시 참가하게 돼서 남은 14명의 선수와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간절함을 가진 선수들이기에 작년 못지않은 경기력과 팀워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명주는 "팀이 없어질 수도 있었는데 다시 여기 있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절실하고 간절한 선수들이 많다. 좋은 경기력으로 이런 감사함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 구단인 아산은 의경제도 폐지와 맞물려 경찰청이 신규 선수 충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남은 선수들만으로는 리그에 참가할 수 없어 해체 위기에 몰렸다.
프로축구연맹은 그러나 시민구단 전환을 준비하는 아산에 1년 유예기간을 줬고, 아산은 아직 제대하지 않은 기존 선수들에 신인 등 새 선수들을 충원해 새 시즌을 준비했다.
내년에 시민구단으로 다시 태어나면 K리그2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아산이 2연패를 달성해도 K리그1 승격은 없다. 그러나 승격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은 아산 선수단에게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이명주는 "작년 시즌 말에도 승격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우승했다"며 "승격 여부를 떠나서 자존심이 걸린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승격을 원하는 K리그2 팀들이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 아산의 각오다.
이명주는 "K리그2 모든 팀이 우승과 승격을 목표로 하는데 아산이라는 팀을 넘어야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같은 생각"이라며 "아산을 쉽게 봤다가는 중간에서 넘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시즌 우승 멤버 중 여러 명이 제대했지만 이명주와 주세종, 고무열 등이 건재한 우승팀의 위엄은 그대로여서, 이날 미디어데이에 나온 K리그2 10개 구단 감독 중 세 팀이 아산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고종수 대전 시티즌 감독은 "기존에 있던 선수 중에 워낙 출중한 선수들이 많고 박 감독도 2년 차여서 전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발전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감독이 꼽는 무기도 출중한 기존 선수들과 간절함을 지니고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조화다.
박 감독은 "기존 선수들이 기량뿐 아니라 인성, 인품이 훌륭해서 신인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잘 배울 것 같다"며 "선수들이 전역할 때쯤이면 신인들의 기량도 많이 늘어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감독은 팀의 성과 못지않게 애제자 이명주의 성공도 기원했다.
그는 "이명주를 지켜보고 가르쳐보니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기성용이 은퇴한 상황에서 다음 월드컵을 봐도 경쟁력이 있다"며 "꼭 대표팀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주는 "감독님을 위해서 꼭 하겠다"고 웃으며 "팀에서 잘 준비해서 기회가 생가면 가서 꼭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 중반 제대해 K리그1 FC서울로 복귀하는 이명주는 "그동안 감독님, 대표팀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로 보답하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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