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1] 김정은, 밝은 얼굴로 손 흔들며 베트남에 첫인사(종합)

입력 2019-02-26 14:31   수정 2019-02-26 14:43

[북미회담 D-1] 김정은, 밝은 얼굴로 손 흔들며 베트남에 첫인사(종합)
내외신 기자 100여명 앞에서 '여유'…역 주변 경호·경비 삼엄
열차로 '65시간' 넘는 여정 탓인 듯 다소 지친 기색도 보여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역사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26일 오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장시간 열차여행에 다소 지친 듯하면서도 시종 미소를 머금은 밝은 얼굴로 베트남 국민들과 전세계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용열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내려 벤츠를 타고 역을 빠져나가기까지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12명의 '방탄 경호단'이 밀착해 철통 경호를 펼쳤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오전 8시 13분(현지시간)께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다. 앞서 묵직한 열차 소리가 역 주변에 흐르던 오랜 정적을 깼다.
열차를 끄는 기관차는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운전석 창문 아래쪽으로는 터널과 열차를 형상화한듯한 둥근 무늬의 중국철도총공사(China Railway) 로고가 그려져 있었고 'DF4D 3058'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통상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중국 구간에 들어서면 기관차만 중국철도총공사에서 제공한 차량으로 교체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객차는 평양에서 출발한 전용열차 그대로였다. 짙은 녹색에 창문 아래로는 노란색 가는 줄이 가로로 칠해져 있는 차량이었다.
현지 날씨가 다소 흐린 가운데 열차는 양쪽 헤드라이트와 지붕 쪽 전등을 모두 켜고 느린 속도로 역으로 진입했다.
열차가 동당역에 멈춰섰지만, 플랫폼에 마련된 환영통로와 내리는 문의 위치가 맞지 않아 약간 후진해 위치를 맞추느라 김 위원장의 하차가 5분여가량 지체되기도 했다.
열차는 55번이라고 쓰인 객차의 문을 환영통로와 정확히 맞춘 후에야 멈췄다. 동시에 환영통로 양옆에 대기하던 베트남 측 관계자들은 열차 문 높이에 맞춰 가슴께까지 오는 환영통로에 깔린 카펫을 손으로 두드려 구김을 펴고 모양을 잡는 등 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전 8시 20분 드디어 객차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다. 그는 뛰어나오듯 급한 걸음으로 문밖으로 나왔다.
객실 문이 열리자 순간 대기하고 있던 베트남 의장대가 트럼펫을 불었지만 곧 멈췄다. 김 제1부부장이 미리 자리를 살피러 나온 것을 김 위원장이 내린 것으로 착각했다가 곧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연주를 중단한 것이었다.
닫혔던 객차 문이 다시 열린 것은 8시 22분.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문을 열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로줄 무늬가 있는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포마드를 발라 빈틈없이 빗어넘긴 '패기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안경을 쓰지 않은 김 위원장은 66시간에 가까운 긴 여정에 지친 듯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은 1958년 조부인 김일성 당시 북한 내각총리에 이어 공식 방문으로는 61년만에,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4년의 비공식 방문 이후로는 55년만이다.
이처럼 역사적 연원을 지닌 방문이라는 점과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세계인의 눈이 쏠린 점 등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내외신 기자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국 땅을 밟는 것 자체가 매우 이채로운 장면이라는 평가도 현장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을 영접 나온 베트남 권력서열 13위인 보 반 트엉 공산당 선전 담당 정치국원과 약 12초간 악수했다. 이후 꽃다발을 받아 관계자에게 넘기고 배석한 양측 통역을 통해 보 반 트엉 정치국원과 약 45초에 걸쳐 얘기를 주고받았다.
곧이어 나열한 베트남 관계자들과 차례차례 악수한 김 위원장은 취재진과 환영인파 등에 둘러싸여 플랫폼 밖으로 나왔다.
김 위원장을 맞이하려고 2시간여 전부터 역 주변에 도열해 있던 중고교 학생과 시민 등 수백명이 일제히 북한 국기인 인공기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손에 꽃다발을 든 화동도 50명가량 보였다.
김 위원장이 플랫폼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김 위원장을 에워싼 경호원들은 역 안으로 빼곡하게 몰려든 취재원과 환영인파를 헤치고 길을 트며 김 위원장을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벤츠 차량까지 안내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도 이용하는 이 전용 방탄차량은 뒷문에 황금색 국장이 붙어 있었으며 차량 앞쪽에는 인공기 등이 달려 있었다.
전용열차 도착에 앞서 역 앞에 대기하고 있던 이 차량에 김 위원장이 탑승하자 12명의 경호원이 둘러쌌다.
곧바로 이동할 듯 보였던 벤츠가 멈춰 서면서 김 위원장은 창문을 반쯤 내려 얼굴을 드러내고 역 주변 거리까지 몰려나온 베트남 시민 등 수백 명의 환영인파를 향해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었다.
벤츠 차량은 약 2분간 정차한 후 다시 출발했고 앞뒤로 배치된 경호와 의전을 위한 차량들에 에워싸인 채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하노이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이 빠져나가기 전까지 동당역 주변은 살벌하다고 느낄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
진입로 500m 전부터 차량진입이 차단됐고, 환영인파 뒤로는 군인과 공안, 경찰기동대원 등이 5∼10m 간격으로 도열했다.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과 장갑차 2대가 지근거리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동당역이 내려다보이는 인근 산과 다리, 고층 건물 곳곳에도 군인들이 배치됐다.
전날 밤늦게까지 김 위원장을 맞이 할 준비가 계속되다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가 싶더니 오전 6시께부터 환영인파가 몰려들면서 최종 점검이 시작됐다.
트엉 정치국원과 마이 띠엔 중 총리실 장관 등 베트남 측 영접 인사들도 일찌감치 나와 준비상황을 체크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비서실상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 위원장의 경호를 맡는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 미국 측과의 의제를 조율해온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 등이 이른바 '방탄 경호단' 20여 명과 함께 도착했다.
ohyes@yna.co.kr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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