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보트피플' 출신 난민 수천 명, 미국서 추방 위기"

입력 2019-02-26 14:29  

"베트남 '보트피플' 출신 난민 수천 명, 미국서 추방 위기"
트럼프 반이민정책…'체류 보장 합의' 재해석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에서 수십 년째 거주한 '보트 피플'(boat people) 출신 베트남 난민 수천 명이 미국의 반(反)이민 정책 강화로 추방 위기에 몰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베트남 난민의 미국 거주를 보장한 기존 규정을 재해석, 베트남 난민 8천700여명을 추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베트남과 서명한 합의서에 따라 1995년 양국 국교 정상화 이전에 미국에 들어온 난민의 체류를 보장해왔다.
이들 난민 대부분은 1975년 남베트남 패망으로 양산된 보트피플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갈 곳을 잃은 이들은 뗏목을 타고 탈출한 뒤 호주, 싱가포르 등은 물론 미국에도 정착해 수십 년째 거주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들의 지위가 흔들린다는 게 블룸버그 통신의 지적이다.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 정부는 법적 근거 없이 자국 내 머무르는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추방하는 상황이다.
특히 베트남 난민 가운데 범죄 전력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8천700여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려고 베트남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08년 합의서 내용을 엄격하게 재해석, 베트남 난민의 미국 거주 요건을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는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베트남을 찾을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의 베트남 난민 상당수가 범법 이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하층민으로 살며 정착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법 규정을 제대로 몰라서 법을 위반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베트남 군인의 아들로 1979년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앤디 찐은 "2017년 대마를 재배하다가 구금된 적이 있는데 그게 위법 행위인 줄 몰랐다"며 "다른 범죄는 전혀 저지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 1월부터 대마 소지를 아예 합법화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야당 등 미국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하원 의원 68명은 최근 2008년 합의서 재해석을 보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국토안보부에 제출했다.
탄원서 서명자 중 한 명으로 LA에 지역구가 있는 앨런 로언솔 민주당 의원은 "베트남 난민들은 이곳에 25∼30년을 살았다"며 "그들은 이미 이곳 공동체 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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