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상태 딸 지키려는 가슴 아린 모성애…'인어가 잠든 집'

입력 2019-02-26 14:52  

뇌사상태 딸 지키려는 가슴 아린 모성애…'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30주년 기념 휴먼 미스터리 소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딸의 뇌사라는 비극에 처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휴먼 미스터리 소설 '인어가 잠든 집'(재인)이 출간됐다.
2015년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이 소설은 인간, 삶과 죽음, 사랑의 근원적 정의를 묻고 나름의 해답을 찾는다.
발매 한 달 만에 27만부가 팔렸고, 지난해 영화화돼 큰 인기를 누렸다. 우리나라에도 올해 상반기 극장을 찾는다.
사랑하는 딸 미즈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부모 면접에 참석하러 간 가즈마사와 아내 가오루코.
그들은 딸이 수영장 물에 빠져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는 비보를 받는다. 의사는 미즈호의 뇌사를 전하며 장기 기증 의사를 타진한다.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부부는 마지막으로 미즈호를 찾으나, 그날 미즈호의 손이 움찔하는 것을 느끼며 장기 기증 의사를 철회한다.
IT기업 '하리마 테크'를 운영하는 가즈마사는 자사가 주력하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 기술, 즉 뇌나 경추가 손상돼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가 뇌에서 보내는 신호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딸에게 적용한다.
가오루코는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단계에까지 이른, 마치 '잠자는 듯한' 딸에게 도를 넘어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지치게 만든다.
어느 날 미즈호의 동생인 이쿠토가 "친구들이 누나가 죽었다"고 한다며 대들자 가오루코는 경찰서에 전화해 집에서 누군가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신고한다.
잠시 후 달려온 경찰 앞에서 가오루코는 미즈호의 가슴에 칼을 겨눈 채 자신이 이 아이의 가슴에 칼을 꽂아 심장이 멈춘다면 자신이 딸을 죽인 것이 되느냐고 묻는다.
소설은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넘어선 집착과 광기를 절절하고 가슴 아프게 그려내는 동시에,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뭔지, 최종적으로 판단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 독자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엄마의 딸을 향한 애절한 사랑은 독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딸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믿는 어머니가 딸과 이별하는 장면은 눈물을 참기 힘들다.
"가오루코는 헤어질 때다, 하고 깨달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이제 가는 거니?' 응, 하고 미즈호는 대답했다. 안녕, 엄마. 건강하게 잘 지내."(473쪽)
김난주 옮김. 재인. 508쪽. 1만7천800원.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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