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주택임대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김현미 "시장 실태파악 필요"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청와대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월세 신고제의 도입 필요성이 언급돼 주목된다.
앞선 한국주택학회 세미나에 이어 이번 토론회까지 전월세 신고제 도입의 당위성이 제기됨에 따라 전월세 신고제 도입 움직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도 전월세 신고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도입 방안을 적극 추진하면서도 세금 부담에 대한 반발 등을 의식,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한 채 이와 같은 외부의 여론 환기를 통한 '군불 때기'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26일 오후 소주득주도성장특별위가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연 '포용국가로 한걸음 더, 주거비 경감 및 주거복지 확대' 토론회에서 '주거안정 정책 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하며 전월세 신고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 박사는 "주택 임대차 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어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임대차 계약과 함께 확정일자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체 거래 규모와 계약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 임대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 495만 가구의 미신고 임대주택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는 약 673만건으로 추산되며, 이중 22.8%인 153만호만 확정일자나 세액공제 등 공부상 임대 현황 파악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520만건은 파악할 수 없다고 변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임대차 계약의 경우 매매거래와 같이 실거래 정보가 구축돼 있지 않아 정보 습득에 시간 비용이 많이 들고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대등한 조건에서 협상하기도 어려워 임대차 관련 분쟁 발생 시 구체적인 해결 기준을 찾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춤형 임대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통계정보 구축과 임차인과 임대인 간 정보격차 해소 등을 위해 임대차 거래 신고제도를 도입하고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변 박사는 강조했다.
이날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인사말에서 "오랫동안 주택임대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라며 임대 정보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 위원장은 "지금까지 세입자는 집주인이 나가라면 나가야 했고, 올려달라는 대로 임대료를 올려줘야 했다"며 "이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정보격차를 완화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축사에서 "주택 임대차 시장은 아직도 임대료와 임대 유형 등에 관한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공공이 앞장서서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 자료나 참석자들의 발언도 다분히 전월세 신고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자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이나 임대시장 정보 시스템 구축 등으로는 임대시장 전반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매매처럼 전월세도 실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대인이 전월세 계약을 맺으면 계약 기간과 임대료 등 계약 내용을 신고하는 의무를 지우는 내용으로, 전월세 시장도 투명하게 그 내용이 공개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임대인의 임대수익 등 세원이 노출돼 그동안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던 이도 세금을 물게 될 수 있어 정부로선 공식 추진에 일정 부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되 외부로는 '로우키'(low-key)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구축 중인 임대차 시장 정보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국세청 자료 등 다른 부처 자료를 취합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파악하는 방식이어서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도 최근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해 신규 등록자 증가세가 주춤해진 상태다.
주택 매매는 분양권까지 실거래가 정보를 신고하게 하면서 굳이 임대차 거래를 신고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딱히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이날 토론회에서 다시 한번 주택 임대차 시장의 정확한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다분히 전월세 신고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장관의 발언은 주택 임대시장 정보망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월세 신고제로 연결될 수 있다"며 "임대차 정보 시스템은 정부 내에서 활용하는 자료라면,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축적되는 자료는 국민에 공개돼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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