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불량 백신' 피해자 부모들, 양회 앞두고 입법 촉구

입력 2019-02-26 15:58  

中 '불량 백신' 피해자 부모들, 양회 앞두고 입법 촉구
다음달 베이징 항의방문·토론회 개최 등 추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불량 백신' 피해자 부모들이 관련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중국 제약기업 '창춘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우한생물제품연구소'는 불량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 등을 대량으로 판매했다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 아동은 1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청사 앞에서는 불량 백신을 접종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영유아들의 부모 10여 명이 오전 9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항의시위를 벌였다.
같은 시간 다른 한 무리의 피해 아동 부모들은 민정부 청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피해 아동 부모들은 시위에서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관련 입법과 피해 보상을 촉구했으며, "불량 백신으로 불구가 되고, 불량 백신으로 죽는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전날 시위에 이어 3월 양회 기간 수도 베이징에서 '상팡'(上訪)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민원인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베이징의 정부청사를 찾아가는 상팡은 사회 불안을 우려하는 중국 당국이 철저하게 단속하는 행위이다.
특히 양회 기간 상팡은 엄격하게 금지되지만, 피해 아동 부모들은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관련 입법을 촉구할 호기로 보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허난(河南)성 농민 허팡메이(何方美) 씨는 당국자의 무책임한 발언을 질타하면서 당국이 관련 법률을 조속하게 제정하고, 피해 아동 부모들에게 치료비와 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허 씨의 두 살배기 딸은 우한연구소의 백일해 백신 등을 접종했다가 급성 척수염 증상을 보였다. 허 씨는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대려고 빚까지 내야 했지만, 딸은 아직도 서거나 물건을 집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질병통제센터의 가오푸(高福) 주임은 "중국의 백신은 세계 최고 백신 가운데 하나로서, 이번 문제로 인해 우리가 개발한 백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가 피해 아동 부모들의 분노를 샀다.
피해 아동 부모들은 당국이 추진하는 '백신관리법'이 피해자 권익 보장 등에서 문제가 있다며 '국가구조기금' 설립 등을 통해 피해 아동에 대한 전면적인 치료와 배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양회 기간 베이징에서 백신 전문가, 언론계,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해 피해 아동 치료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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