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학교상담사 해고로 학교·학부모 '상담 공백' 하소연

입력 2019-02-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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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학교상담사 해고로 학교·학부모 '상담 공백' 하소연
경기교육청 "시가 해고한 상담사 수용 불가…정책 만들것"

(화성=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제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막막해요."
26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본관 1층 현관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 중인 화성 학교 청소년 상담사(이하 학교상담사) 박모씨의 휴대전화 SNS 대화 목록으로 학생들이 보낸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희 보러 올거죠?", "보고 싶어요", "상담쌔앰! 사랑해요."
박씨가 갑자기 학교 상담실에서 보이지 않자 학생들이 보내온 메시지였다.
학생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어떤 학생은 "제가 시장님, 교육감님 만나러 갈게요"라고 말하며 학교상담사의 복귀를 간절히 원하기도 했다고 했다.
2012년부터 화성지역 초등학교에서 학교상담사로 근무해 온 박씨의 고용주는 여러 차례 바뀌길 되풀이했다.
처음엔 학교가 고용했는데,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장 직접고용 금지' 방침으로 한차례 해고됐다가 2016년부턴 화성시가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학교로 파견됐다.
이후엔 YMCA, 사단법인 '청소년 불씨 운동' 등으로 바뀌었다.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 대상이 되는 근무 기간 만 2년이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꼼수'였다고 했다.
작년 말 화성시의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으로 수년간 상담 업무를 계획하고 진행해 온 상담사 40명이 학교에서 떠나게 되자 당장 새 학기 상담 업무 분장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화성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학교 내 상담사의 필요성이 커졌다"라며 "그동안 상담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마음의 변화가 분명히 있었다.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도교육청은 상담사든 영양사든 비정규직은 안된다고 한다. '정규 교사'를 뽑으라는 데 채용 공고를 내봤자 그 조건을 충족하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허울 좋은 이야기만 하고 일선에선 애먹는 꼴"이라며 "수년간 학교 안에서 역할 해 온 상담사의 부재를 누가 채울 수 있겠느냐"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씨와 함께 단식 투쟁 중인 학교상담사 김모씨는 해고 통보를 받은 뒤 부랴부랴 업무를 정리하느라 학생들을 평소처럼 살뜰히 챙겨주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김씨는 "자살 충동 등 병리적으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학생이 있었는데 평소처럼 상담을 섬세하게 하지 못하고 병원에 연계해주고만 나온 게 정말 미안하다"라며 "상담을 받는 아이들에겐 한두 달이란 짧은 기간의 공백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담 공백' 우려에 학부모들도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성지역 학부모 100인 대표 등 학부모·시민사회 단체는 이날 도교육청 앞에서 "상담사는 병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자존감 및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 교우관계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원만한 학교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아이들의 마음 지킴이"라며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상담사 40명을 집단 해고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이 해결에 대한 노력이 미진할 경우 개학 후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어떠한 문제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모 100인과 시민사회단체는 화성지역을 비롯한 경기도 전 학부모를 대상으로 도교육청과 화성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서명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화성 학교상담사 문제를 언급하며 "시가 채용한 인원을 교육청이 수용할 수는 없다. 2020년까지 (저조한 학교상담사 확보율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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