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과이도, 정의 직면할 것"…과이도 "망명 대통령은 쓸모 없어"
콜롬비아로 탈영한 하급 군인 320여명…군부 고위층은 충성 유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최대 정적으로 떠오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체포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방영된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과이도)는 그냥 왔다 갔다 할 수 없다. 그는 정의에 직면할 것이다. 정의는 그가 출국하는 것을 금지했다. 나는 법을 존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이 나라에서 누군가를 체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 법원은 내부 절차를 가지고 있고 집행기관에 명령을 내린다.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은 체포 위협에도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과이도 의장은 NTN24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죄수가 누구에게도 쓸모가 없듯이 망명한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며 "나의 의무와 역할은 위험해도 카라카스에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카를로스 올메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외교부 장관은 전날 리마그룹을 대신해 "과이도와 그의 가족, 친척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신뢰할만한 중대 정보가 있다"며 "우리는 과이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경우 마두로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이도 의장은 자신이 인도주의 원조 물품 반입 마감 시한으로 제시한 23일을 하루 앞둔 22일 구호품의 국내 반입을 진두지휘하려고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출국금지 명령을 어긴 채 콜롬비아 국경을 넘었다.
그는 같은 날 베네수엘라 인도적 지원 자금을 마련하려고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과이도 의장이 추진한 구호품 반입은 사실상 민심 이반과 군부 이탈을 염두에 두고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벌인 정면 대결로 여겨졌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23일 전후로 콜롬비아, 브라질 등지의 국경을 폐쇄한 군이 반입을 시도하는 야권과 지지자들을 향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 4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지만 결국 구호품은 베네수엘라로 들어오지 못했다.
과이도 의장은 25일에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로 이동해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미주 14개국이 2017년 발족한 리마그룹 회의에 참석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리마그룹 회의에서 과이도 의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과이도 의장의 출국을 금지했다.
출국금지는 타레크 위이암 사브 검찰총장이 "과이도가 헌법 질서를 위반하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며 수사를 개시한 가운데 취해졌다.
과이도 의장이 콜롬비아 체류 중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금주 중에 베네수엘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밝히자 마두로 대통령은 "정의 앞에서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이 임명한 카를로스 베키오 미국 주재 특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압박 강도를 더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베키오 특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연설한 지난 18일 만남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마이애미 플로리다국제대학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미국인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과이도 대통령의 사면 제안을 받아들여라.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군부를 향해 경고했다.
원조 반입을 둘러싼 유혈 충돌 사태 이후 하급 군인의 이탈도 늘고 있다.
콜롬비아 이민당국은 지난 23일 이후 탈영해 자국으로 넘어온 베네수엘라 군인이 326명에 달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민당국 관계자는 "이들은 마두로 정권의 독재와 무장 민병대의 압력을 피해 도망쳤다"면서 "일부는 무장한 채 군복을 입고 탈영했지만 일부는 사복을 입거나 가족과 함께 왔다"고 전했다.
탈영자들은 하급 병사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다수는 콜롬비아에 망명 신청을 했다.
36만5천만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군을 지휘하는 고위층은 여전히 정권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고 있다.
마두로 정권의 지지 세력인 이른바 '콜렉티보스'로 불리는 무장 민병대도 160만명에 달한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에서는 과이도 의장이 유력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작년 대선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한 뒤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선언 이후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즉각 인정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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