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영변폐기땐 제재완화 주고도 남아…개성·금강산 가능"(종합)

입력 2019-02-27 09:34   수정 2019-02-27 13:25

문정인 "영변폐기땐 제재완화 주고도 남아…개성·금강산 가능"(종합)
美서 간담회…"영변 영구폐기땐 전반적 완화 힘들고 부분적 완화 있을 것"
"유엔서 개성·금강산 재개 위한 결의안·임시합의 모색 가능"
"2차 회담 전반적 좋은 결과 나올 것…북미, 협상의 로드맵 도출해야"
"北, 비핵화 이해 다르지 않아…美 대북접근 유연하게 엄청난 변화"
"남북미중 4자 정상 종전선언 해야…韓中日러 등 비용 부담 동참 필요"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한다면 부분적 제재완화라는 보상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문 특보는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와 가진 좌담회와 이어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영변을 영구 폐기한다면 (부분적 제재완화는) 주고도 남는다"면서 "불가역적 단계로 가는 첫 스텝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남북경협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는 것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유엔 차원에서 제재 완화를 위한 새 결의안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노력을 해봐야 된다. 지금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령 북에서 영변 영구 폐기 같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럼 결국 유엔 안보리에서 별도의 제재완화 결의안을 통해서 해주든지, 제재 위원회에서 예외규정을 만들어주든지, 구체적 논의는 외교부가 해야 되겠지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반적 제재 완화는 힘들 것 같고 부분적 완화가 있을 것이고 제재 해제의 범위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그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상당히 얘기를 했기 때문에 어젠다는 상당히 공감이 이뤄졌고, 어느 정도냐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니까 아마 (정상회담에서는) 그걸 보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으로의 대량현금유입 문제가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주는 방식이나 한국의 은행에 북한용 에스크로 계정을 만들어 북한이 원자재나 소비재를 한국에서 살 때 이용하게 함으로써 대북 현금 유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는 유엔 결의안의 문제라기보다 한국 정부의 결정이라며 만약 개인이 금강산관광사업을 해온 현대아산을 통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을 한다면 대량현금유입이 아니어서 유엔 제재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한미관계 약화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이러한 조치들은 취하지 않았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미국 정부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러한 접근에 극도로 신중한 입장이며 이런 것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본다"며 "북미정상회담은 다른 정상회담과 참 차이가 있어서 결국 두 정상이 결정을 내려야 되는 문제니까 선언문은 28일 오전 정도 돼야 윤곽이 잡힐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풍계리, 동창리, 영변과 같은 폐기를 약속했고 그러면 영변 플러스 알파가 되는 건데 나는 김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조치를) 내놓을 거라 본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의회와 전문가와 언론을 설득하겠나"라고 되물었다.
문 특보는 "동결만으로는 안 되고 더 나아가서 감축과 해체가 구체적으로 이뤄져야만 미국서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어떻든 간에 검증 가능한 해체 쪽으로 가지 않으면 미국 측에서 북한에 큰 선물을 주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북한의 구체적 해체 노력도 촉구했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이 영변 핵시설을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보석'(crown jewel)으로 평가했다면서 "그런 묘사에 동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 푼도 쓰지 않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언급했던 것을 거론하며 "그렇다면 돈은 다른 곳에서 와야 한다"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 호주 등의 동참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일관된 (대북) 인센티브와 '반(反) 인센티브'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제안한 5가지를 거론하면서 "가장 합리적 접근이라고 보고 트럼프 행정부도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미국의 대북접근에 엄청난(profound) 변화가 있었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에는 미국이 언급하지 않았던 평화메커니즘을 얘기하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핵 폐기의 로드맵'이 아니라 '협상의 로드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아주 실용적이고 현실적이고 유연해졌다"면서 "이는 "후속 협상이 성공적일 것이라는 좋은 신호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미 지도자가 일종의 협상의 로드맵을 도출해야 한다.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해체를 위한 협상의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가 "2차 회담에서 로드맵을 보고 싶다는 것이냐'고 묻자 "협상의 로드맵"이라고 재차 답변했다.
문 특보는 "미국이 단지 영변 핵물질 생산 중단을 수용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면서 "중지, 동결, 중단은 기초적 단계고 미국이 그보다 더한 것을 얻어야 한다고 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영변과 같은 시설의 검증된 폐기를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그 방향으로 가야 하고 우리는 단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북미가 비핵화의 개념에 이견을 갖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은 서로 100% 이해된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다른 이해를 갖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는 최종 목표이고 접근법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라고 하고 북한은 터무니 없다면서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지 않느냐고 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 문제를 협상에서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하면 비핵화에 대한 가장 중요한 조치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의 NPT 복귀는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 오는 것이고 북한이 NPT에 복귀하면 전력생산과 농업상·의료적 목적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북미 간 평화선언이 이뤄지더라도 종전선언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면서도 "어떤 기회를 만들어서 남북미중 4자 정상이 만나서 (종전)선언을 하는 게 훨씬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인사는 외무장관 수준에서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북한이나 중국이나 미국의 디시전 메이킹(결정) 스타일로 봐서는 지도자가 해야지 외무장관급으로는 힘이 약할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문 특보는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남측 인사들의 건배 제의에 "'얼마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습니까. 이제 퇴행은 없습니다. 성과 내야 합니다'라고 두 번씩 강조하더라"면서 "김 위원장도 지금까지 한 걸 되돌리진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한미군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을 하지 않는다고 하고, 북한도 안다"면서 "협상 의제로 갖다 놓으면 남북관계가 어려워지고 서울답방도 어려워진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미공조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한미공조가 물샐틈 없이 잘돼 있으면 북도 시그널 읽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미국에 대북 회의론자가 70∼80%를 차지했으나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달리 보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과 측근들의 주된 관심이 남측 재벌들에게만 쏠렸고 정치 지도자나 자기 같은 사람은 관심 밖이었다고 말해 청중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이어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해서는 "북한 지도자들도 인권 문제를 풀지 않고는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할 수 없다는 걸 안다"면서 북한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인권이나 사이버안보, 생화학무기 문제 등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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