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야구단, 제주도서 마지막 전지훈련…"담담하게 준비"

입력 2019-02-27 07:39  

경찰청 야구단, 제주도서 마지막 전지훈련…"담담하게 준비"
유승안 감독 "번외 팀으로 참가, 목표 사라진 게 가장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2005년 창단해 야구인들의 경력 단절을 해결하고 병역 비리의 악순환을 끊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경찰청 야구단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의 의경제도 폐지 방침에 따라 경찰청은 2018년 신규 선수 선발을 중단했고, 야구단은 올해 8월에 제대하는 단 20명의 선수로 마지막 시즌을 맡게 됐다.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8년 연속 우승 금자탑을 쌓았던 '2군 최강' 경찰청 야구단은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마지막 시즌을 일주일에 3경기만 치르는 '번외 팀'으로 참가하게 됐다.
팀 규모가 초라해지고 미래조차 사라졌지만, 경찰청 야구단은 변함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유승안 감독이 이끄는 경찰청은 지난 15일 제주도로 내려가 '마지막'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26일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유승안 감독의 목소리는 그리 침울하지 않았다.
유 감독은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이자고 서로를 격려하며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제대 선수들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청 야구단의 '순차적인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정부 방침이 변하지 않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는 듯했다.
유승안 감독은 "그저 지금은 선수들이 안 다치고 제대할 수 있도록 잘 준비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라며 "매우 아쉽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마지막 스프링캠프'는 다음 달 8일까지 계속된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홈구장인 경기도 고양시 벽제야구장에서 연습 경기를 치른 뒤 바로 퓨처스리그에 돌입한다.
유승안 감독은 '지금 가장 힘든 점'을 묻는 말에 "매년 이맘때는 우승을 목표로 운동했는데, 올해는 목표가 사라졌다는 게 가장 힘겹다"라며 "특히 코치들은 선수들이 제대하는 8월에 실업자가 된다. 좋은 곳에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주변의 무관심에 아쉬운 마음은 없나'라고 묻자 "왜 없겠나. 목소리를 크게 내주지 않는 한국야구위원회(KBO)나 프로야구선수협회,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에 섭섭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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