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신흥시장' 상하이 두드린 단색화…"중국에 많은 시사점"

입력 2019-02-27 13:00  

'亞 신흥시장' 상하이 두드린 단색화…"중국에 많은 시사점"
파워롱미술관 '김환기와 단색화'전 폐막 앞둬…100일간 4만명 관람
구상 중심 중국 화단에 한국 추상 처음 대규모 소개



(상하이=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0평 남짓한 공간에 대자연이 펼쳐졌다. 화이트큐브를 금빛으로 물들이며 떠오른 태양은 붉은 그림자를 남기며 저물었다. 새벽 바다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고, 바람이 밤하늘을 가른다.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대형 전면점화 4점이 빚은 장엄한 풍경이다.
"이렇게 화려한 색들로 가득 찼음에도 보는 이에게 불안감이 아닌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것이 김환기 능력이라고 봅니다."
26일 중국 상하이 파워롱미술관에서 만난 전시 코디네이터는 "김환기 그림들에 둘러싸여 조용하게 참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환기 전면점화 4점은 파워롱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 정수다. 한국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1∼4위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경매에서 85억3천만 원에 낙찰된 붉은색 전면점화 '3-Ⅱ-72 #220'을 비롯해 4점 낙찰가(수수료 제외)만 270억 원에 달한다.
한국 국제갤러리가 협력한 '한국의 추상미술'은 중국 본토에 한국 추상미술을 선보이는 첫 대규모 전시다. 중국 화단은 체제 영향으로 사실주의 중심으로 전개됐기에 추상미술, 특히 한국 단색화는 아직 낯설 수밖에 없다.
이번 출품작 79점은 두 기관이 그만큼 '힘'을 줘 선별했음을 보여준다.
김환기 외에도 권영우·정창섭·박서보·정상화·하종현·이우환까지 단색화 대표작가의 대표작이 2개로 나뉜 2천㎡ 넓이 전시장에 놓였다. 모두 대작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환기재단 등 여러 기관과 소장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으로부터' '바람으로부터' 등 이우환의 시기별 수작도 만날 수 있다. "논리성과 규칙성이 있으면서도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것, 동양 미술이 보여주는 이러한 '업 앤 다운'을 한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다는 데서 (이우환 작업이) 그만큼 경지에 이르렀음을 느낄 수 있다."(전시 코디네이터)
권영우, 정창섭, 정상화 등 작품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공유하는 동양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 만난 여러 관계자의 공통된 평가였다.
쉬화린 관장은 미술관을 통해 "단색화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듯한 침착함이 느껴진다"라면서 "동양적 정서와 가치가 깃든 작품들은 물론, 한국 작가들이 걸어온 창작의 여정과 예술적 이념은 현 중국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추상미술'은 다음 달 2일 폐막한다. 입장료 80위안(1만4천 원)인 이 전시는 지난 100일간 4만 명이 다녀갔다. 현지에서 한국 추상미술이 아직 생경한 데다 미술관이 개관 3년 차에 도심과 멀리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성과라는 평가다.
미술관 관계자는 "카탈로그나 이미지, 혹은 막연한 정보로 접했던 단색화를 중국 관객들이 눈으로 보고 작품 사이를 걸으며 경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면서 "첫 번째 단추를 제대로 잘 끼웠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추상미술' 전은 같은 기간 파워롱미술관에서 열리는 '예술가 40×40'과 짝을 이룬다. 한국에서 단색화가 꽃피우는 사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화단에서 어떠한 흐름이 전개됐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쩡판즈, 마류밍 등 손꼽히는 중국 현대 미술가들이 총출동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전시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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