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라이트풋 전 경찰위원회 의장, 2위 프렉윈클 쿡 카운티 의장 4월 맞대결…데일리 전장관 3위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14명의 후보가 출마한 미국 3대 도시 시카고 시장 선거는 두 흑인 여성 후보간 대결로 압축됐다.
26일(현지시간) 열린 선거에서 로리 라이트풋(56·민주) 전 시카고 경찰위원회 의장이 최다 득표를 거두며 1위에 올랐지만 선거법이 요구하는 '과반 이상 득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2위 토니 프렉윈클(71·민주) 쿡 카운티 의장과 오는 4월 2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라이트풋과 프렉윈클 모두 흑인 여성으로, 시카고는 첫 흑인 여성 시장 배출을 목전에 두게 됐다. 특히 라이트풋의 경우 커밍아웃한 첫 시카고 시장 후보이기도 하다.
개표 96% 진행 상황에서 라이트풋의 득표율은 17.5%, 프렉윈클 득표율은 16%로 집계됐다.
득표율 14.8%로 3위에 그친 빌 데일리(70·민주) 전 미국 상무장관은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시카고 시장 선거에는 14명의 후보가 난립,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을 펼쳤다.
선거관리위원회는 "181년 시카고 선거 사상 최다 기록"이라며 시카고 시장 선거가 이같은 난전 양상으로 전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시장 선거는 정당별 예비선거가 없는 통합 경선제로, 1위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할 경우 1·2위 후보가 5주 더 캠페인을 벌인 후 맞붙어 최종 당선자를 가리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급부상한 라이트풋은 일리노이 주 검사를 거쳐 경찰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대형 로펌 메이어 브라운 소속 변호사로 활동했다. 시카고 시의 총체적 부패를 드러낸 흑인 소년 16발 총격 사살 사건 수사 진행 과정에서 경찰위원회 의장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프렉윈클은 시카고대학·대학원 졸업 후 10년간 역사 교사로 일하고 사회운동가로 변신했으며 20년간 시카고 시의원을 지냈다. 2010년 미국에서 2번째로 큰 광역자치구 쿡 카운티의 첫 여성 의장에 오른 그는 국제서비스종사자노조(SEIU) 등 대형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결선 투표가 라이트풋과 프렉윈클 대결로 치러지게 됨에 따라 빌 클린턴 행정부 상무장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비서실장, JP모건 체이스 미중서부 회장 등을 역임한 데일리 전장관이 아버지와 형에 이어 시카고 시장에 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됐다.
시카고 시는 1995년 통합 경선제를 도입했으나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된 것은 2015년 람 이매뉴얼 시장 재선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매뉴얼 시장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이란 프리미엄에 힘입어 2011년 55% 득표율로 첫 당선됐으나 재선에서는 과반 득표에 실패, 결선 투표까지 가서 임기를 연장했다.
이매뉴얼은 2년 전부터 3선 출마를 준비하다 작년 9월 흑인 소년 총격 사살 혐의 경찰관에 대한 재판 시작을 앞두고 돌연 불출마를 선언, 선거 판세에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이매뉴얼 시장 지지도 하락으로 가뜩이나 북적이던 시장 후보군은 더욱 커져 작년 11월 후보자 등록 마감 당시 입후보자는 모두 21명에 달했고, 선관위의 자격 심사 및 자진 사퇴 과정을 거쳐 14명으로 추려졌다.
선관위에 따르면 앞서 시카고 시장 선거에 가장 많은 후보가 나왔던 때는 1977년 당시 현직 시장 리처드 J.데일리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 치러진 특별 선거로 모두 9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두번째는 1897년 선거로, 입후보자는 8명이었다.
선관위는 이날 시내 1천400개소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유권자를 맞았다.
시카고 50개 지구 시의원을 비롯 서기관·재무관 등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33%로, 4년 전 27.85% 보다 높게 나타났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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