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슬람 자치정부 출범…반세기 내전 종지부 찍을까

입력 2019-02-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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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슬람 자치정부 출범…반세기 내전 종지부 찍을까
전 반군단체 지도자가 정부 수반 맡아…지역발전 주력할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이슬람 자치정부가 들어서면서 반세기 가까이 이어져 온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의 내전이 종식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은 전날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지구(ARMM)의 입법, 행정, 재정권 등 권한을 이양받았다.
임시 자치정부의 수반은 이슬람계 최대 반군단체였던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지도자인 무라드 에브라힘이 맡았으며, 나머지 당국자 상당수도 MILF 관계자들로 채워졌다.
무라드는 코타바토 시에서 진행된 권한 이양식에서 "우리의 적은 군인이 아니다. 정부도 적이 아니다"라면서 부정부패와 정실주의 척결을 위한 새로운 성전(지하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모로 과도당국은 2022년 새 지도자를 뽑기 위한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ARMM 5개 주와 인근 28개 마을을 맡아 다스리게 된다. 국방, 외교, 통화정책 등은 중앙정부가 관할한다.
대신, MILF 등은 올해 1만2천명의 전투원이 무장 해제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전 종식을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필리핀 중앙정부와 서방 국가들은 광범위한 자치권을 인정받은 이슬람 자치정부가 안착한다면, 오랜 내전을 틈타 필리핀 남부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확장이 저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는 필리핀 남부 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오랜 내전으로 낙후한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 자치정부 관할 구역에는 370만명의 주민이 살지만 거의 절반가량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를 돕기 위해 연간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임시 자치정부에 지원할 계획이다.
필리핀은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이지만, 민다나오섬을 비롯한 남부 지역은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다.
이 지역의 이슬람 반군은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50년 가까이 내전을 벌였다.
필리핀 정부군과 MILF는 내전을 멈추기 위해 2014년 3월 평화협정을 체결했고, 작년 7월에는 필리핀 남부에 이슬람 자치정부를 세우기 위한 '방사모로 기본법'이 필리핀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이달 초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아 확정됐다.



다만, 현지 일각에선 MILF가 임시 자치정부의 주축을 맡은 것에 반발한 다른 반군단체나 IS 추종 세력들에 의한 테러와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술루주 홀로 섬의 한 성당에선 IS 추종자들에 의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28일에는 민다나오섬에서 경찰 기동대원 한 명이 사제폭탄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민다나오섬에선 이달 초에도 주유소와 시청, 학교 등지에서 잇따라 폭발물이 터져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현지 당국은 방사모로 기본법 주민투표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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