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유휴부지 12㎢ 제공에 경영권 보장 등 제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근 한국 철강업계에 합작 투자를 요청한 인도 정부가 파격적인 내용의 제안서를 들고 한국을 직접 방문했다.
27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인도 철강부의 푸니트 칸살 국장이 이끄는 철강 투자 대표단이 지난 25일 방한해 포스코, 현대제철 관계자 등과 차례로 면담했다.
인도 국영 철강사인 RINL의 프라도쉬 쿠마르 라스 최고경영자(CEO)도 포함된 이번 대표단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을 방문한 뒤 28일 출국할 예정이다.
앞서 인도 정부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합작회사 설립을 요청했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자동차 강판류의 고급 철강 제품을 현지 생산하기 위해서다.
특히 인도 정부는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용광로) 공장 건설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인도에 고로 공장은 짓지 않은 상태다.
인도 정부는 제철 원료인 철광석과 공장 부지 등을 제공하는 대신 한국 업체가 설비와 기술을 맡는 형태의 합작을 원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대표단은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시하며 한국 업체와 논의했다.
인도 정부는 한국 업체가 국영기업인 SAIL, RINL 등과 합작한다면 인도 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 해안에 자리 잡은 비사카파트남 지역의 부지 3천 에이커(약 12.1㎢)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지는 현지 RINL 공장의 유휴부지라 땅 매입을 둘러싼 번거로운 절차는 이미 마무리된 셈이다.
인도 동부 오디샤 주에서 120억달러(약 13조4천억원) 규모의 제철소를 설립하려다 주민 반대로 부지 조성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한 포스코로서는 구미가 당길만한 제안인 셈이다.
포스코는 현지 부지 답사 등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 대표단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동으로 합작회사에 투자하는 방안도 옵션 중의 하나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업체가 공동 투자에 나선다면 인도 정부는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규모의 지분만 확보할 방침이다.
다만, 고로 건설은 워낙 많은 자본이 필요한 초대형 프로젝트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신중하게 입장을 정리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 제공 등 인도 정부의 제안은 파격적이지만 인프라 건설, 인도 내 다른 공장과의 물류 연동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는 2012년부터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연간 45만t 생산 규모의 자동차·가전용 용융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가동 중이다.
2013년에는 연간 30만t 규모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을 준공했고, 2015년에는 연간 180만t 생산 규모의 자동차용 냉연강판 공장을 추가로 세웠다.
그 외에도 인도 여러 곳에서 철강 가공·물류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제철은 인도에 대규모 열연·냉연 공장은 설립하지 않은 상태로 자동차 강판 가공공장만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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