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내 남편, 우리 아빠, 친한 직장 동료나 상사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고백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그 상대가 누구든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우울증을 고백하는 다 큰 남자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현명한 답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간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시공사 펴냄)는 평범한 중년 남자였던 김정원 MBC 기자가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을 진단받고, 자신의 병명을 인정하며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그는 우울증을 인정하고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며 완치 소견을 받기까지 1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중등도 우울증을 진단받은 날, 저자는 택시 안에서 약 봉투를 꼭 쥔 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 나 우울증이래"라고 고백했다.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찾아올 수 있는 우울증이지만 예상치 못한 아픔은 본인과 주변을 혼란스럽게 했다. 더 힘든 것은 병으로 힘들어하는 동안에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사실이었다.
문턱이 높은 정신과에 가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다. 저자 역시 정신과에 가는 첫날, 그 자체로 비참함을 느꼈다고 했다. 우울증 진단 후 비참함은 불안함으로 바뀌었고, 약을 먹을 때도 '정신과' 글자를 누가 볼까 봐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방문을 홱 열어젖힌 아내의 "아픈 게 죄는 아니잖아. 당당하게 먹어"라는 말 한마디가 그를 변화시켰다고 한다. 저자는 그 날 이후 회사 서랍 깊은 곳에 넣어뒀던 약 봉투를 책상 위로 꺼내고, 멀리 떨어진 정수기를 찾아다니는 의미 없는 순례도 그만뒀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말 대신 우울증이 '왔다'고 표현할 줄도 알게 됐다.
책에는 감정의 변화뿐만 아니라 약물치료와 상담 내용부터 저자가 실천하고 효과를 본 인지행동 치료와 호흡·명상 기법, 휴직과 복직 이후의 나날, 인간관계에서 느낀 상심과 감동의 순간까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가득 실렸다.
우울증을 세상 밖으로 꺼낸 화제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백세희 작가는 "마치 한 권의 소설 같기도 한 이 책은, 정신과에 가기 전 미리 읽어야 할 입문서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80쪽. 1만3천원.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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