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행정으로 사업 속도…'몸 사리는' 공무원 관행 개선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불합리한 법·제도를 정비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규제를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새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식허가로 직결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사업은 규제를 바꾸지 않아도 공무원의 적극적인 법·제도 해석만으로 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와 공무원의 소극적인 업무 관행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개최하고 기업들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 5건을 승인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조건에서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로 구분된다.
실증특례와 임시허가 기간은 2년이며 한 차례 2년 연장이 가능하다. 이 기간에 정식 출시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게 제도의 취지다.
그런데 2차 심의회는 ㈜엔에프가 임시허가를 신청한 중앙집중식 산소발생 시스템에 임시허가가 아닌 정식허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는 산소통에 담긴 순도 99% 이상의 산소만 의약품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산소발생기에서 나오는 순도 93%의 산소는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요양급여(수가)를 받을 수 없다.
심의회는 엔에프가 식약처에 산소발생기에 대한 의약품·의료기기 복합인증을 신청하고, 발생기의 산소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기준을 충족할 경우 정식허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이 제품에서 발생하는 산소도 미국과 프랑스처럼 의약품으로 인정하고 요양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랩코스메틱이 임시허가를 신청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원료로 한 화장품도 정식 출시의 길이 열렸다.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화장품 품질·안전 보장을 위해 산소가 필요한 '호기성' 미생물을 그램(g)당 1천개로 제한하고 있다.
정랩코스메틱의 화장품은 호기성이 아닌 '혐기성' 프로바이오틱스를 그램당 100만∼1천억개 함유했기 때문에 규정상 호기성 미생물 검출 시험을 통과하면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업체는 자신이 없어 식약처 해석을 요청했다.
현행 규정은 화장품 업체가 자체 실험을 통해 문제가 없으면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하되 그에 따른 책임을 업체가 지도록 한다.
식약처는 업체에 규정을 설명했을 뿐 판매 가능 여부에 대한 해석을 하지 않았다. 해석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심의회는 업체가 제출한 시험성적서에 따라 해당 제품이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제품에 업체가 주장한 세정 효과가 없다고 보고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할 표현 사용 등을 금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령이 모호하거나 법·제도의 공백이 있는 경우 이제까지는 공무원들이 법령의 해석과 운영에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관행이 있었으나,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가 적극적인 법령 해석을 통한 '네거티브화'(명시적으로 금지한 것 제외하고 다 허용)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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