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출신 정치인들 세계 정치 유행…대통령부터 시장까지

입력 2019-02-27 15:58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들 세계 정치 유행…대통령부터 시장까지
기성 가치와 권위 거부하는 포퓰리즘 바람에 소셜미디어, 정치뉴스 연성화 등 작용
"예리한 풍자는 웃음 주면서 마음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소통 수단"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내달 말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론 조사상 현직 대통령과 전직 총리에 앞서 1위를 달리는 코미디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당선돼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이미 전문 코미디언들이 전문 정치인들로 변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직에 진출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최근 "머지않아 코미디언들이 세상을 지배하리라"고 과장된 제목을 달아 이 현상을 전했다.
미국의 NBC 뉴스는 25일(현지시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 겸 배우 겸 제작자인 젤렌스키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며, 이런 이변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이 이유를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인민의 종복'이라는 TV 극에서, 정부의 부패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영상이 큰 인기를 얻은 것을 계기로 대통령까지 되는 한 고등학교 교사 역할로 인기를 끌어 결국 지난해 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8월 슬로베니아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 마르얀 세렉(41)도 풍자 전문 코미디언 출신이다. 과테말라의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도 희극 배우였다.
2010-2014년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시장을 지낸 욘 구르나르도 코미디언 출신이며, 창당 9년만에 지난해 연립정부를 통해 집권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을 세운 베페 그릴로 역시 코미디언 출신이다.
"오늘날과 같은 포퓰리스트 운동이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이 유행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이 글을 기고한 언론인 테지 파리크는 주장했다.
우선 이들은 기성 정치권력 집단의 가치와 권위를 거부한다. 과테말라의 모랄레스 대통령은 "부패도 안돼, 도적놈도 안돼'라는 선거구호로, 정부의 만연한 부패에 신물 난 표심을 얻었다.
우크라이나의 TV극 '인민의 종복' 역시 부패한 정부와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인기몰이를 했는데, 젤렌스키는 자신이 역할한 극중 인물처럼 부패 일소를 내세우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사렉 총리 역시 기성 정치인들 흉내를 내면서 반기득권층 풍자로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정부와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50%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반엘리트주의가 들어설 공간이 커진 것이다.
코미디언들은 또한 대중에 대한 호소력에서도 이점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온통 변혁적 파괴와 불확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유권자들은 유머가 있으면서 비현실적일지라도 기분 좋은 공약을 내거는 인물에 끌리기 마련이다.
레이캬비크 시장을 지낸 욘 구르나르 소속당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펑크 록 가수들로 구성돼 모든 수영장에서 수건을 공짜로 제공토록 하고 동물원에 북극곰을 들이겠다는 공약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9월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의 시장에 당선된 유명 코미디언 하이크 마루티얀은 예레반의 고대 성곽에서 4D 라이트 쇼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코미디언들의 인기는 이런 재미 요소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예리한 풍자야말로 웃음을 주는 동시에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가 큰 소통 수단이다.
소셜 미디어의 발전은 '움짤'과 모방을 통해 풍자의 이런 효과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전통 언론매체들도 독자들을 잡기 위해 정치뉴스에 재미 요소를 가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포린 폴리시는 이런 점들 때문에 코미디언들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환멸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입지"라고 평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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