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5세,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1년째 투병
일본항공창 폭파하려다 붙잡혀 투옥…1990년 애족장 받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일제강점기 독립투쟁을 벌인 애국지사로 부산 마지막 애국지사인 김병길 씨가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1일 부산보훈청과 김씨 가족에 따르면 올해 95세인 김씨는 지난해 3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1년간 부산보훈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산광복회 유일한 애국지사로 김씨를 제외하고는 애국지사 유족들만 남았다.
김씨는 쓰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광복회 행사 등에 왕성하게 참석하며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한 달 만에 뇌졸중이 찾아와 급격히 기력이 약해졌다.
며느리 윤혜정 씨는 "뇌졸중 직후에는 오른쪽 몸이 거의 마비됐는데 차츰 앉으시기도 하고 일어서시기도 하면서 좋아지는가 싶더니 최근 폐렴 등이 찾아오면서 현재는 누워만 지내신다"면서 "가족들을 알아보시며 말씀을 하실 때도 있지만, 대화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김씨는 19세 때 일본군 제51 해군 항공창에 근무하게 된다.
그는 당시 독립운동을 할 것을 결심하고 박준기, 김차형 등 11명의 동지와 함께 항일결사 일심회(一心會)를 조직했다.
일심회는 연합군이 진해에 상륙할 때 무장봉기해 항공창을 점령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준비 활동을 진행했다.
그들은 항공창 항공기와 변전소를 폭파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던 중 일제에 조직이 노출되며 1년 만에 붙잡혔다.
김씨는 4개월에 걸친 가혹한 고문을 당한 후 1944년 7월 12월 군법회의에 회부돼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45년 8월 15일 광복이 찾아오기 전까지 옥고를 치러야 했다.
정부는 1990년 김씨의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애족장(1982년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윤씨는 "항일운동을 할 때 매우 어린 나이였는데도 아버님이 그런 훌륭한 일을 하신 것에 대해 가족들 모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버님은 행사에 가시면 꼭 국기를 받아와 장롱 위에 수십 개씩 가지고 있으셨다. 국기 게양이 필요한 날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게양하고 해가 져야 내리는 일을 평생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실천하셨다"면서 "나라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아버님이 얼른 쾌차해 다시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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