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아들 병간호 부부의 비극…불화 겪다 이혼숙려 중 아내 살해

입력 2019-02-27 17:33  

뇌사아들 병간호 부부의 비극…불화 겪다 이혼숙려 중 아내 살해
1심서 징역 18년 선고받자 항소…"아들 돌보고 속죄하면서 살겠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20대 아들을 수년째 병간호하던 중 잦은 불화와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50대 남편은 27일 항소심 법정에서 고개를 떨궜다.
춘천에 사는 A(51)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1시 17분께 외출한 아내 B(50)씨가 늦은 밤에 귀가하자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였다.
2014년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20대 아들을 남겨둔 채 아내가 혼자 외출했다가 밤늦게 귀가했다는 게 다툼의 원인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같은 해 6월과 7월에도 두 차례 가정폭력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아들을 병간호하면서 이들 부부는 자주 다퉜고, 결국 지난해 협의이혼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혼숙려기간에도 이들은 집에서 함께 거주하며 아들의 병간호를 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A씨는 아내에게 "이렇게 늦게까지 나다니고 힘들게 할 바에는 연탄불 피우고 다 같이 죽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아내 B씨는 "무슨 연탄불까지 피우냐. 그냥 찌르라"고 대꾸했고, 이에 격분한 A씨는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아내가 흉기에 찔렸을 뿐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다급한 비명이 녹음된 구체적인 상황과 시간, 그 이후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황 등을 종합하면 살인의 의도가 인정된다"며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1심과 달리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 1부(김복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구형(징역 20년)대로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종 변론에서 "피고인은 1심과 달리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피고인 자녀와 가족 모두 선처를 원하는 만큼 이 사건이 발생한 경위, 뇌사상태의 아들을 병간호하며 남은 생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가장으로 가정을 끝까지 지켰어야 했는데 어리석음 탓에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속죄와 반성으로 남은 생을 살겠다"고 호소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13일에 열린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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