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건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조수경 첫장편 출간

입력 2019-03-01 06:01  

'죽음을 생각하는건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조수경 첫장편 출간
안락사 소재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일명 '안락사법'이 국내에 시행된 후 한국에는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안락사를 진행해주는 센터가 설립된다.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오랫동안 방에 틀어박혀 산 주인공 '서우'는 엄마를 설득해 이 센터에 입소한다.
센터 입소 후 죽음을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은 한 달.
룸메이트인 태한, 타투이스트 연수 등 함께 입소한 센터 사람들과 예기치 못하게 가까워진 서우는 한 달, 또 한 달 센터에, 그리고 삶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간다.
2013년 등단한 조수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한겨레출판)는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락사가 합법화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사실은 삶을 이야기한다.
왜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죽음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은 어떤 것일까.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을 주는 것이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나을까.
'- 살아야지,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줄 알아?
"그래도 살아야지!"
-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말, 괜찮다는 말, 괜찮아질 거라는 말. 나는 안 해봤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이라면 나 같은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해봤을 거야. 그런데, 살아야지 살아야지 해도 도무지 안 살아지면, 안 되겠으면, 그럼 그땐 어떻게 해야 해.'(28쪽)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은 것이라고 설득하는 엄마에게 서우는 그 감기가 누구에게는 영영 불치병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별 것 아닌 것 같은 아픔이 누군가의 우주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죽으러 들어간 센터에서 서우는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아픈 상처를 나누며 이해와 관심, 그리고 사랑이 삶에서 얼마나 큰 영역을 차지하는지 깨닫는다.
삶이란 좋아하는 밀크티를 마시며 산책하는 것,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유쾌함, 서로를 안아주는 품의 따뜻함, 누군가와 맞잡은 손의 떨림 등 소소하고 작은 데서 비롯된다.
서우는 죽음 앞에서야 이러한 깊고 진한 생의 모습들을 마주하고 웃음을, 말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 썼듯, "죽음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죽음은 꽤 소중하지. 필요한 거고. 그렇다고 해서 삶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삶이 더 간절한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래서 더 아픈 건지도 몰라. 삶이, 진짜 살아 있는 삶이 너무나 간절해서.'(329쪽)
이미 삶의 의미를 잃은 주인공이 더한 비극을 겪으면서도 끝내 희망을 찾는다는 결말은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을 보듬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그러한 식상함을 몰아내고 우리 또한 좀 더 살아 앞으로의 생을, 연수가 바랐던 '내일'을 보고 싶게 만든다.
첫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에서 각자의 지옥을 견뎌내는 사람들을 이야기한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여러 세대와 성별의 인물들이 각자 지닌 아픔을 그려낸다.
하지만 서늘하고 지독한 전작과 달리, "힘들 때 조금 더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라는 응원을 담은 이번 소설의 온도는 더 따뜻하다.
'삶이란 소중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안락한 죽음이 필요하다. 타인의 삶에 대해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으므로, 어떤 이에게는 죽음이 최선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누군가 생의 끈을 놓으려 한다면, 나는 그의 손을 꽉 붙잡을 것이다.'('작가의 말' 부분)
한겨레출판. 352쪽. 1만3천800원.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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