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폭력 개념부터 부적절한 행위 유형까지 구체적 명시
유형별 사건처리 절차도 안내…교육부 "성인지 감수성 제고 기대"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부가 처음으로 '성희롱·성폭력 종합 지침'을 마련해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교육부는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모든 학교와 교육 기관에 배포한다고 28일 밝혔다.
매뉴얼에는 성희롱·성폭력의 개념부터 시작해, 성 관련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피해자 유형별로 다른 처리 절차, 2차 피해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까지 종합적인 지침이 담겼다.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선 학교에 성희롱·성폭력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을 마련해 안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뉴얼은 우선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의 개념을 명확히 했다.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은 '학교 내 구성원 간에 상대방 동의 없이 성적인 언행을 일방적으로 행하는 것이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모든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포괄한다'고 적시했다.
특히 매뉴얼은 학교 내에서 자주 일어나는 성희롱을 구체적인 유형별로 명시해 교사와 학생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
'예쁘다거나 잘생겼다며 껴안기', '헤드락 하기', '치마 길이를 확인한다며 교복·체육복을 들추거나 잡아당기기', '머리·어깨·얼굴 등을 만지는 행위', '복장을 지적하면서 지도봉으로 신체부위를 누르거나 찌르는 행위', '어깨나 팔 등을 안마하는 행위' 등이 신체적 성희롱으로 명시됐다.
'연인 사이에 부르는 호칭을 사용', '신체 부위 크기나 모양, 몸매 등 외모에 대해 성적으로 비유하거나 평가하는 행위', '수업시간에 암기·집중을 돕는다며 성적인 비유를 하거나 음담패설 하는 행위' 등은 언어적 성희롱임을 확실히 했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 단둘이 있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따라다니거나 연락해 공포·두려움을 유발하는 행위' 역시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뉴얼은 기성세대 사이에 범죄라는 인식이 희미했던 스토킹과 사이버 성폭력은 물론, 최근에 사회 문제로 대두된 데이트 성폭력과 '그루밍' 범죄도 학교 내에서 가능한 성폭력으로 포함했다.
그루밍 범죄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형태"라면서 "가해자가 대인관계 및 환경이 취약한 피해자에게 신뢰를 얻어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성적으로 만든 다음 통제를 계속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뉴얼은 '학생→학생', '교직원↔학생', '교직원→교직원' 등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성희롱·성폭력의 유형을 정리하고, 각 유형에 따른 바람직한 사건 조치 절차를 제시했다.
특히 교직원이 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상황뿐 아니라 학생이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을 가할 경우 처리 절차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교육부는 교직원도 피해를 볼 경우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학교 측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화해를 종용하거나 성희롱에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아야 하고 피해자가 비난받는 등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인순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은 "이번 매뉴얼은 학교 현장에서 피해자 보호를 철저히 하고 사안별로 체계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 제작했다"면서 "학교 내 성인지 감수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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