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청문회서 공개 증언…美언론 "트럼프 법적문제 심화할수도"
"입막음 돈 지급후 트럼프진영 수표받아…'민주 이메일 해킹 폭로'도 사전에 알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이었다가 등을 돌린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 출석,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공개 증언했다.
코언은 이날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정적'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주는 해킹 이메일 공개 계획을 알고 있었고, 성추문에 관련 불법적 입막음용 돈을 지급했으며 대선기간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트럼프타워 개발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코언은 2016년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후보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수천건이 해킹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 "로저 스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클린턴 진영에 피해를 주는 이메일이 곧 공개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 트럼프의 '비선 참모'로 활동했던 스톤은 이메일 해킹 연루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특검은 2016년 8월 러시아 정보기관이 힐러리 캠프와 DNC를 해킹해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흘렸다고 의심한다. 이 과정에서 스톤은 위키리크스, 그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와 많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 특검은 밝혔다. 또 미 검찰은 대선 개입 혐의로 러시아 해커 등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했다.
이번 증언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 의혹을 짙게 하는 발언이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캠프가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면서도 "의심이 든다"며 추가 정황을 제시했다.
그는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이 힐러리 후보에게 흠집을 낼 정보를 가진 러시아 관계자들과 만난 의혹이 제기된 2016년 6월 트럼프타워 회동과 관련, 당시 트럼프 주니어가 사무실에서 "회의 준비가 다 됐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 좋다. 알았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건네 선거자금법을 어긴 의혹과 관련, 자신이 먼저 돈을 지급한 뒤 트럼프 측에서 수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수표에는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기업집단) 재무책임자가 서명했다며 사본을 제시했다. 이는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이뤄진 자금 지출을 캠프 측이 승인했다는 취지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를 대신해 지불했던 입막음용 돈을 갚기 위해 재임 중 3만5천달러짜리 수표에 서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모스크바 트럼프타워에 대한 협상을 지시했으면서도 러시아와 어떤 사업 연관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자신이 의회에서 위증한 것도 트럼프 측이 알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트럼프타워를 세울 계획을 수립하고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인 2016년 6월까지 이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논의가 2016년 1월까지 이뤄졌고 대선 후보가 된 후에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코언은 "트럼프 세계에서, 특히 선거운동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고 승인하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1∼2013년 도이치방크 등 몇몇 금융기관에 낸 재무서류를 제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를 달성하면 자산을 부풀렸고, 부동산세를 줄이기 위해 자산을 축소했다"며 '분식회계' 가능성도 언급했다.
코언은 증언 과정에서 "양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불법행위를 은폐하는 데 참여하는 선택을 한 것이 부끄럽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는 인종차별주의자, 사기꾼"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몇몇 발언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코언의 공개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전날 상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데 이어 28일에는 하원 정보위에서도 증언한다.
그는 2006년 부동산 재벌 트럼프 대통령과 손을 잡고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며 '해결사'로 통했으나 특검 수사를 계기로 갈라섰다. 코언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 선상에 오르자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형받는 플리바겐을 선택해 특검 수사에 협조했다. 그는 위증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 방어에 나선 공화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짐 조던(오하이오) 의원이 백악관에서 직책을 얻지 못하자 폭로에 나선 것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받아쳤다.
폴 고사(애리조나) 의원이 "병적인 거짓말쟁이"라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붓자 "나에 관해 얘기하는 거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얘기하는 거냐"라고 응수했다.
폭스뉴스는 "코언이 청문회장에 폭탄을 던졌다"며 그가 '폭탄 발언'들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이날 증언과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코언의 증언은 민·형사상 조사를 받는 대통령이 직면한 법적 문제들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 영향을 끼칠 음모에 가담했는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는지, 사법 정의를 방해했는지 등의 문제와 관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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