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SNS에 "훼손된 태극기 새것으로 바꿔주세요" 호소
제보받은 수원시, 저지시티 등과 연락해 3주만에 교체 완료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수원시가 재미교포의 제보를 받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뉴저지주 한 도시의 공공건물에 훼손된 채 방치된 태극기를 새 태극기로 교체했다.
지난 1일 수원시 대표 SNS인 인스타그램에 한 재미교포가 "뉴저지주 저지 시티에 훼손된 채 게양된 태극기를 봤다"라는 글과 함께 훼손된 태극기 사진을 올렸다.
저지 시티(Jersey City) 는 미국 뉴저지주 북동부에 있는 항구도시로 수원에서는 직항 비행기로도 14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사진 속 태극기는 '건·곤·감·리'(태극기의 모서리에 표현되어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상징하는 4개의 괘(卦) 가운데 '감' 이 떨어져 나가 보이지 않고, '곤'도 일부가 없어진 채 게양돼 있었다.
"업무차 저지 시티에 들렀다가 훼손된 태극기를 봤다"라는 이 재미교포는 "게양봉 아래에 'SUWON KOREA'라는 문구가 있어 저지 시티와 수원시가 자매결연일 것으로 추정해 수원시로 제보 드립니다. 맞으면 저지 시티에 연락해 새 태극기로 바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제보 취지를 설명했다.
또 인스타그램에 '2 Montgomery St Jersey City NJ USA'라고 정확한 주소까지 남겼다.
해외에서 훼손된 태극기를 허투루 보고 넘기지 않고 직접 제보까지 해온 재미교포의 제보에 감동한 수원시의 SNS 홍보담당자는 저지 시티와 교류한 기관과 단체를 수소문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외국도시와 교류를 담당하는 수원시 국제교류팀에 문의해도 저지 시티와는 자매결연 등 아무런 교류가 없는 곳임을 확인했다.
결국 수원의 어느 민간단체가 저지 시티에 태극기를 게양한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태극기 게시 주체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수원시는 미국 주뉴욕총영사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SNS를 통해 이런 내용을 전달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주뉴욕총영사관도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미국 저지 시티에 윤여태라는 한국계 시의원이 있는 것을 알아낸 뒤 이 시의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원시는 지난 25일 주뉴욕총영사관으로부터 SNS 통해 훼손된 태극기를 새 태극기로 교체했다는 내용과 함께 새로 걸린 태극기 사진을 전달받았다.
훼손된 태극기 교체에 큰 역할을 한 수원시 서희경 SNS 홍보담당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훼손된 것을 보고 수원시에 제보해 오신 재미교포분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 어떻게든 새 태극기로 교체해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외에 훼손된 채 방치된 태극기에 대해 제보를 받는 SNS 특별이벤트를 기획했다.
시민, 재외교포 등이 수원시 공식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에 수원 및 해외에 있는 훼손된 태극기 사진을 찍어 장소와 함께 올리면 수원시가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새 태극기로 교체하는 내용이다.
수원시는 현재 하이즈엉성,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터키 얄로바시 등 전 국제 자매·우호 결연을 체결한 세계 14개 국가의 17개 도시 유학생과 한인회 등에도 SNS 통해 이벤트 참여를 요청하기로 했다.
훼손 태극기 제보 이벤트는 3·1절 100주년이 되는 3월 1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며, 다음 달 초 추첨을 통해 제보자에게 기프티콘이 증정된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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