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강제수용 정당' 판결 확정…실제 집행은 시간 걸릴 전망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레미콘업체인 삼표산업이 백제 풍납토성 유적 복원을 위해 서울 송파구 풍납동 공장을 강제 이전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8일 삼표산업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사업인정고시취소 소송에서 삼표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의 국토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삼표가 현재 소유한 풍납토성 서(西)성벽지구 7천500여㎡ 공장 부지는 송파구가 강제 수용하게 된다. 1978년 삼표가 이곳에서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지 41년만의 일이다.
풍납토성은 백제가 한성 도읍기(기원전 18∼475년) 백제 왕성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중요유물이 출토돼 학계에 처음 알려졌으나 당시에는 백제 시대의 수비 성으로 추정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성곽 내부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백제 주거지와 유물 3만여점이 발견되며 이곳이 백제 도성 위례성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토성 면적은 약 77만㎡로 고구려 국내성, 경주 월성보다 훨씬 크다.
이에 정부는 2000년 이후 풍납토성 인근 지역을 사적으로 지정하고 토성 복원을 위해 5천여억원을 들여 인근 토지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장 땅 밑에 유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표 역시 송파구와 보상 협의를 시작해 2013년까지 공장 2만1천76㎡ 중 64%(1만3천566㎡)를 435억원에 넘겼다.
그런데 삼표는 2014년 돌연 '이전 불가' 입장을 내놨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자 송파구는 공장 부지를 강제 수용하기로 했다. 송파구는 2016년 2월 국토부 승인을 받았고, 삼표는 3월 국토부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현 공장 자리에 실제 성벽 등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삼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후 공장이 자리한 서성벽지구에서 성벽, 석축, 성문터 등이 새롭게 발견됐다.
2심은 "성벽 또는 해자 시설의 복원·정비를 위해 근접 주변 지역 역시 수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이날 2심의 판단을 굳혔다.
토지 수용의 주체인 송파구는 선고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송파구는 남은 공장 부지를 감정평가한 뒤 삼표와 보상금을 다시 협의할 계획이다.
다만, 삼표가 보상액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방·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에 재결을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할 수 있어 실제 수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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