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1학기 개학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28일 발표했다. 3·1절 연휴가 지나면 바로 개학인데, 연휴 직전에 기습적으로 개학연기를 발표한 것이다. 한유총 측은 개학일은 유아교육법에 따로 명시돼 있지 않고 법정 수업 일수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개학연기가 합법이라고 설명한다. 예고 없이 개학연기를 밝히고 '준법투쟁'이라니 아이 맡길 곳을 찾아 헤매야 하는 유치원 학부모들로서는 분통 터질 일이다.
학부모들에게 개학연기는 집단휴업과 다름없다. 한유총 소속 유치원들의 60% 정도인 약 1천900곳이 개학을 연기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집단휴업을 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유총이 집단휴업의 모양새를 피하면서 같은 영향을 미칠 개학연기라는 '합법' 카드를 꼼수로 궁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유총은 개학연기를 천명하면서도 그간 사립유치원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해온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우리의 한결같은 요구는 교육의 자율화와 사유재산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우리의 투쟁이 투명성 강화 반대로만 비추어 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유치원 부지와 건물 등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사용·수익·처분권을 보장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유치원 3법 및 시행령 개정안 철회와 획일적 누리 교육과정 폐지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사립유치원 측의 사유재산성 인정 등 일부 요구는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개학연기까지 할 일인가.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유치원들의 집단행동은 호응을 얻기 어렵다. 한유총은 그간 공교육 기관으로서 정부 지원금을 용도대로 투명하게 사용토록 감시하는 회계시스템 도입을 거부해 신뢰를 잃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한유총의 집단행동 위협에 아이를 볼모로 잡힌 부모들은 불안하다. 정부의 협상력 부재에 대해서도 불신이 커진다. 아이 돌봄의 핵심인 유치원이 이래서야 저출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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