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위터로 하노이 개최 처음 알려…의제 협상 '18시간 밀당'
美 비건 대표 '엄지 척'에 기대감 컸지만 결국 핵담판 합의 못해
260일만의 재회 트럼프-김정은 첫날 웃었지만 둘째날 결국 '빈손'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핵담판이 28일 결렬되면서 약 2주간 숨 가쁘게 진행됐던 '하노이 외교전'도 진한 아쉬움을 남긴 채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을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 등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 등은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노이 외교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일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격으로 의전을 책임진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16일 하노이에 도착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시계는 본격적으로 돌아갔다.
김 부장이 김 위원장 숙소와 함께 방문 예정지를 사전 답사하는 것이 관심을 끌었다. 방문지는 곧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김 부장이 하노이 도착 다음 날인 17일 하노이 북부 박닌성 내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주변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당국의 개혁·개방 의지로 해석돼 큰 반향이 일기도 했다.
'하노이 외교전'은 의제 실무협상을 진행할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0일 차례로 하노이에 도착하면서 더 뜨거워졌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세부 절차 등을 담은 '하노이 선언문' 조율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착 다음 날 4시간 30분간 첫 대좌를 시작으로 회담 전날인 26일까지 닷새간 총 18시간 30분 동안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협상을 진행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협상을 전후해 주베트남 미국대사관을 빈번하게 찾았고, 북한의 김성혜 통일정책실장은 회의 도중 홀로 빠져나와 숙소인 베트남 정부 영빈관에 들른 뒤 다시 회의장에 복귀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북미 대표단이 본국의 지침을 받으면서 치열한 '밀당'을 했음을 짐작게 한 장면이었다.
이런 가운데 비건 특별대표는 협상 사흘째인 23일 오전 협상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호텔을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엄지를 치켜드는 모습을 보여 협상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노이 외교전'은 양 정상이 회담 전날인 26일 하노이에 차례로 도착하면서 긴장과 기대가 정점에 달했다.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를 이용해 평양역을 출발한 뒤 3천800여㎞에 달하는 거리를 65시간 40분 동안 달려 베트남에 입성하는 극적인 이벤트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18시간 30분여에 걸쳐 지구 반 바퀴에 해당하는 약 1만5천㎞를 비행해 하노이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핵담판 첫날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260일 만에 다시 만나 친근함을 과시했다.
딱 4가지로 구성된, 지극히 소박한 만찬 메뉴를 함께 한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표현을 쏟아냈다.
그러나 "김정은은 위대한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정치적 결단"이라고 언급하는 등 상대방을 추어올리는 한편 본(本)회담을 앞두고 서로에게 압박감을 주려는 기 싸움도 읽혔다.
회담 이틀째 오전 단독 회담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두 정상은 "좋은 결과'를 한목소리로 자신했다.
그러나 단독정상회담에 이어 확대정상회담을 치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불과 4시간여 만에 비핵화와 제재 해제에 대한 양 측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담이 결렬되면서 2주간의 '하노이 외교전'은 아쉬운 결말을 남겼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