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가 가져온 '+α' 리스트가 부담된 듯…韓역할 필요"

입력 2019-02-28 20:14  

전문가들 "美가 가져온 '+α' 리스트가 부담된 듯…韓역할 필요"
"협상 동력은 살아있다…文대통령, 창조적 중재자로 나서야"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한반도 미래를 결정할 세기의 담판에서 북미 정상이 입장차를 확인하고 돌아선 데에는 미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가져온 '플러스 알파' 리스트가 북측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결렬 직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제재해제를 요구하는 바람에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그 이면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 결렬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리 준비해놨다는 합의서만 들고 미국에 돌아가면 '스몰 딜'이라 정치적으로 곤란해질테니 지금까지의 상황을 리셋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의 구체적인 증거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시했을 테고,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를 공개하려면 미국에 더 많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영변 외에 보고 싶은 핵 시설 리스트가 북한이 생각한 것보다 많았던 것 같고, 북한은 그러면 그에 합당한 가격을 내라는 차원에서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이 보여주려고 하는 시설 외에 다른 시설을 보여달라고 하니 반발하고 나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수세에 처해 있다 보니 김 위원장에게 일괄적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비록 '하노이 선언'을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만큼 협상의 동력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한국이 중재자로 다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가 완전히 갈라선 게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을 지속한다고 말했으니 '합의 유예'라고 봐야 한다"며 "냉각기를 갖고 나서 다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양측 주장이 팽팽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어느 한쪽이 먼저 양보를 할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창조적 중재자 역할을 다시 한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막판까지 합의를 시도하다가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협상 불씨와 동력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준과 범위, 미국의 상응조치 수준과 범위 사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 때문에 합의문에 서명하는 시점을 일부러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지금 미국 모든 언론이 '코언' 뉴스만 다루고, 민주당은 총공세를 하고 있는데 어정쩡한 안을 갖고 가서 대북제재완화까지 민주당의 협조를 구하려고 하면 그것이 먹힐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부터 이번 북미정상회담까지 8개월이 걸렸는데, 앞으로 8개월 뒤면 민주당 대선후보 윤곽이 잡히는 만큼 그때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타결하는 시점으로 삼아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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