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회담 동행 확대회담 동석…결렬에 역할 했는지는 불분명
美언론 "폼페이오-비건 주도 협상 교착에 볼턴 영향력 커질 가능성"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2차 북미정상회담이 28일 결렬되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입김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북미협상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주도하면서 볼턴 보좌관은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몸을 낮춰왔지만 회담 결렬을 계기로 강경파의 개입 여지를 키우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볼턴 보좌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이번 2차 회담에 동행해 확대 회담까지 동석하기는 했지만 회담 결렬에 볼턴 보좌관이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북미협상 초반부터 북한이 질색하는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면서까지 대북 압박 선봉에 서온 볼턴 보좌관이기는 하지만 두 번째 직접 담판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던 터라 볼턴 보좌관의 강경 성향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었다.
더구나 볼턴 보좌관은 2차 회담 추진 국면에서는 공개적인 대북 언급은 자제한 채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주말 예정됐던 방한도 급거 취소돼 '막판 등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2차 회담 결렬이라는 뜻밖의 상황은 볼턴 보좌관 등 강경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이 시사하듯 김 위원장이 영변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전면적 제재 해제 요구를 고수했을 경우 볼턴 보좌관은 향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 자체를 문제 삼으며 협상팀의 입지를 위축시키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시간 넘는 비행시간을 들여 하노이까지 가서 북한과의 협상이 쉽지 않다는 걸 절감했을 트럼프 대통령도 이전보다는 볼턴 보좌관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시사전문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대북) 군사위협이나 압박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가 이끌어온 협상의 교착으로 볼턴 보좌관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볼턴 보좌관은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의 대북 접근을 고수하며 카다피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진 리비아식 핵 포기 모델을 거리낌 없이 거론해왔다. 체제 보장을 원하는 김 위원장에게 가장 껄끄러운 상대이기도 해서 1차 회담 이전에는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이 볼턴 보좌관을 콕 집어 비난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도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에서 단계적 접근방식을 취하는 태도를 보이자 강한 불만을 보여왔으며 폼페이오 장관에게도 직접 항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 접근을 주문하는 것은 볼턴 보좌관뿐만은 아니다. 국방부와 재무부 등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나쁜 합의를 하느니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볼턴 보좌관에 동조하는 강경 입장이 꽤 많다고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