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핵담판 결렬에 '한숨'보다 '안도'…제재유지·납치언급 반색

입력 2019-03-01 10:14  

日, 핵담판 결렬에 '한숨'보다 '안도'…제재유지·납치언급 반색
"핵 담판 결렬은 일본에 '기회'…경제 제재 세계 여론 주도해야"
"北, 북미관계 정체로 日에 접근할 수도"…아베 "다음엔 내 차례" 의욕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보다는 안도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일 일본 신문들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일본 정부와 여당 자민당 내에서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은 전날 기자들에게 "어중간하게 타협하는 정도라면 협상을 다시 하는 것이 좋다"며 "미국이 북한에 핵·미사일 폐기를 계속 요구하면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한 채 제재를 해제하는 등 가장 좋지 않은 결과가 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한 고위 관료는 마이니치신문에 "이상한 양보로 북한에 대한 압력이 약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고 밝혔고, 아베 총리 주변 인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비핵화에 대해 북미가 안일한 타협을 하는 것보다 낫다. 북한은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국내가 곤궁한 상태다"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날 북미 정상 간 전화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명한 것에도 핵 담판의 결렬을 북한에 대한 압력 강화의 기회로 보는 시각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전날 "안이한 양보를 하지 않고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촉구해 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일본은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아베 총리의 발언 배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와 '코드'가 잘 맞는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핵 담판 결렬을 '기회'라고 표현하면서 "핵 위협으로 세계를 흔들면서 '왕조'의 특권을 도모하는 (북한의) 생각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의 포위망을 설치하는 것을 일본이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북미 회담에서 두 차례에 걸쳐 납치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반색하고 있다.
NHK는 트럼프 대통령이 1대1 회담과 저녁 식사 자리 등 2차례에 걸쳐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긴밀한 미일 관계가 드러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계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 담판 결렬이 북일 관계와 납치 문제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정체되면 상대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가치가 올라간다"며 "북한이 일본에 접근해 미국을 압박하는 전개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일 관계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인 2000년대 초반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진전을 본 적 있다.
아베 총리가 전날 "다음에는 나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마주 봐야 한다"며 북일 대화에 의지를 보였는데, 발언의 배경에 이런 식의 예상이 작용했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이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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